26일 전국 1만701개 초·중·고교의 토요휴업이 처음 시행돼 일선학교에서는 맞벌이나 소외계층 가정을 위한 ‘놀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나 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학교 측의 준비소홀로 참여율이 저조했고 일부에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원가 밀집지역에 위치한 서울 노원구 상계 3동 덕암초등학교는 이날 불암산 등산계획을 세웠지만 참여한 학생은 전체 1,200여명 가운데 고작 9명이었다. 백형윤(56) 교장은 "홍보도 부족했고 프로그램도 등산으로 별다를 게 없었다"며 "주 5일제가 확산되다 보니 학부모들도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여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지역의 경우 청담초등학교는 단 1명도 신청을 하지 않았고 삼성동 봉은초등학교는 1명만 참여해 교실에서 그림그리기를 했다.
서울 관악고 등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수험준비와 프로그램 미비로 자율학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교육부가 주 5일 수업제 시범학교로 선정해 지난해부터 토요 특기적성 강좌를 열고 있는 서울 목동초등학교는 이날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체스 하모니카 단소 스포츠댄스 등을 가르쳤다. 참여율도 전체 학생(2,050명)의 10%에 달하는 226명. 체스를 두고 있던 6학년 김지수(13) 양은 "엄마 아빠 모두 회사에 나가 토요일에도 함께 놀 사람이 없는데 친구들과 함께 체스를 두니 재미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을 편성한 이선희 교사는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거쳐 프로그램을 결정했다"며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원래 취지와는 달리 맞벌이 가정이 아닌 경우에도 프로그램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주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학원은 이날 고교 수강생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국·영·수 무료특강을 실시했다. 원장 이모씨는 "처음 특강을 실시했는데 학부형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형들은 처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부부가 모두 공무원인 허영란(37)씨는 "토요휴업을 맞아 가족여행을 갔다 왔다"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채완(36)씨는 "토요일에 따로 놀러 나가기도 힘들고 학원에 보낼 처지도 안 돼 아이를 토요휴업 프로그램에 보냈다"며 "토요휴업이 괜히 부유층의 과외열풍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인 김상희(37)씨는 "애들은 학교프로그램이 재미 없다며 싫어하고 학교에서는 비참여학생에겐 ‘부모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 보고서’를 강요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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