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신(1923~1995)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대규모 추모전이 열린다. 4월 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그를 대표하는 흑단 조각과 이를 위한 드로잉, 말년에 만든 미공개 브론즈 조각과 석고 원형, 불빛 조각 등을 볼 수 있다.
문신은 좌우대칭의 정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기하학적 추상조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다. 평론가들은 그를 ‘좌우 균제미의 대가’ ‘작품 속에 우주의 원리를 담아내는 작가’ 라고 말한다. 추상조각인데도 곤충이나, 새, 꽃 등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 대칭과 균형,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처음 화가로 출발한 그는 프랑스로 건너간 뒤 조각가로 변신, 1970년대에 조각가로서 명성을 굳혔고 1980년 영구 귀국해 고향인 경남 마산에 살면서 작업을 했다.
마산에는 그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미술관이 지금은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이 되어 관객을 맞고 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부인인 최성숙 관장이 마산시에 기증한 것이다. 이 미술관은 문신의 조각 105점을 비롯해 유화와 데생, 판화 등 총 290점을 갖고 있다. 서울 숙명여대도 지난해 봄 교내에 문신 미술관을 열었다.
그의 대표작은 흑단 조각이다. 검은 빛깔에 윤기가 자르르 도는 이 단단한 나무로 그는 세련된 작품들을 만들었다. 워낙 윤기있는 나무를 더 윤이 나게 문질러서 금속성 느낌이 나는 이 작품들은 명쾌한 형태 위에 내려앉은 부드럽고 고요한 빛으로 서정을 발한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드로잉과 브론즈 조각의 석고 원형, 불빛 조각도 흥미롭다. 이 드로잉들은 그 자체로 회화작품이자 조각을 위한 개념도로서 작가의 구상이 입체적 조형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짐작케 한다. 석고 원형은 브론즈 조각을 주조하기에 앞서 작품의 틀로 태어난 것들이라 작가의 체온이 담긴 영혼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불빛 조각은 철선으로 만든 형태에 수많은 작은 전구를 매단 것들로, 가나아트센터 야외전시장에 설치되어 밤하늘을 밝히게 된다.
전시회 개막에 맞춰 10주기 기념 도록이 나온다. 마산시립 문신미술관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가나아트센터가 공동으로 펴내는 이 도록은 흑단,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석고 원형, 불빛조각 91점을 망라한 조각 작품집과 80여 점의 채색화를 실은 드로잉 작품집 총 2권이다.
마산시립 문신미술관과 숙명여대 문신 미술관도 기념 행사를 한다. 숙명여대 문신 미술관은 5월 10일부터 개관 1주년 기념전을 연다. 마산시립 문신 미술관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사진과 친필 원고전이 10일 시작됐다. 1970년대 파리 체류 시절의 친필 원고들은 예술가로서 그의 고집과 고민을 엿보게 한다. "예술은 먹고 살기 위한 생활의 방편이 아니다. 모방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창조의 세계다" 라든지 "생활을 위해 매번 작품을 팔기 때문에 개인 전시회 기회를 놓친다"는 토로가 그것이다. 이 전시는 8월까지 이어지며 5월 26일에는 ‘문신의 삶과 예술’을 다루는 심포지엄도 한다. 문의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마산시립 문신미술관 (055) 240-2114, 숙명여대 문신 미술관 (02)2077-7052
오미환기자 mhoh@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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