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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파란눈의 신랑과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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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파란눈의 신랑과 행복하시길

입력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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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주례사를 동시통역하세요." 지구는 한 지붕, 한 가족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백인 특유의 흰 피부와 백발, 그리고 근엄한 표정까지… 여기에다 모든 것이 색다르게 보이는지 눈을 껌벅이며 ‘풍부’한 몸매에 어색한 한복을 입고 서 있는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과연 지구는 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빈틈없어 보이는 신랑의 인상은 그 나라에서 꽤 수준 있는 집안 출신이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한국 며느리를 맞이해 한국까지 와서 한국의 전통대로 결혼식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결혼식 주례 입장에서는 마음 속으로부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주례석에 섰지만 나는 영어를 잘 할 줄 모른다. 신부에게 "지금부터 신부는 주례가 하는 말을 동시통역해 신랑이 결혼식을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알았죠?" 신부가 웃는다. 여유 만만한 신부다. 가끔 결혼식 주례를 보며 변하는 세상을 실감한다. 신부는 내가 읽는 축사를 계속 통역한다. "좋은 내용만 요점 통역해요." 신부가 역시 웃는다.

신랑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부의 캐나다 유학시절 로맨스가 이뤄져 이제 한국으로 날아와 한국식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통역하는 신분의 한마디 한마디에 겸손하게 대하던 시아버지의 표정이며, 동그란 눈을 굴리며 신기한 한국식 결혼식을 체험하는 시어머니의 한복 입은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상냥한 신부의 동시 통역으로 결혼식은 무난히 끝났다. 결혼식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경건했다. 지금 쯤 캐나다 매킨타이어(신랑의 성이다)가에 그들의 그날 결혼식 사진이 걸려있을 것이다. 캐나다인 신랑과 한국인 신부의 멋진 인생지도가 그려지기를 기원한다. 행복하길. sj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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