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확산’을 내건 미국이 독재 국가인 파키스탄에 전투기 판매를 선언하고 나서 이중잣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 "미국은 파키스탄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90년 파키스탄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조치로 15년 동안 부과했던 무기 판매금지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F-16은 대 당 3,500만 달러로 24대가 판매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파키스탄의 대(對) 테러전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2004년 말까지 물러난다는 약속을 지키기 않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파키스탄은 9·11 공격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가 됐다고 치켜 세웠다.
특히 파키스탄과 대치하고 있는 인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어럴리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전투기 판매가 오히려 인도와 파키스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의 관계도 호전되고 있다"고 기이한 논리를 폈다.
군비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는 파키스탄을 도우면 군사적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인도 총리실은 "만모한 싱 인도총리가 2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감을 강하게 표시했다"며 "남아시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인도에게 원자력 기술을 전수해주고 원한다면 전투기를 판매할 용의가 있다고 달래고 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 타임스는 "이미 미국과 인도는 F-16, F-18을 포함한 전투기 126대에 대한 판매계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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