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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건교, 의혹제기 이틀만에 사의/ 중병說→투기연루說→인사청탁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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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건교, 의혹제기 이틀만에 사의/ 중병說→투기연루說→인사청탁 의혹

입력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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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통 행정분야의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혀온 강동석(67) 건설교통부 장관이 청탁과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강 장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시절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일 욕심이 많은 행정 전문가. 그런 강 장관이 병가를 이유로 11일이나 자리를 비우면서 정·관계와 건설업계, 언론계에서는 ‘검찰 내사설’, ‘퇴진 압력설’, ‘중병설’ 등의 루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주초부터 사설 정보지에 강 장관의 검찰 수사설이 돌아 다녔다. 급기야 26일 한 일간지에 강 장관의 처제와 학교 동창의 영종도 땅 투기 보도가 등장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 장관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며 해당 언론사에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강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다니는 차남에 대한 인사 청탁 의혹이 추가로 터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전직 간부가 압력설을 폭로하고 부패방지위원회도 ‘다소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코너에 몰리게 됐다.

강 장관은 27일 오후 까지도 다음 날 오후로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에 긴급 간부회의 소집을 지시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다 한 인터넷뉴스에 자신의 사퇴 의사를 알리는 차남의 해명문이 실리자 급기야 총리실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정ㆍ관계 일각에서는 이번 강 장관의 사퇴가 사실 관계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론몰이 식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 장관 지인들의 땅 투기 의혹도 지난해 사정기관의 1차 조사에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차남에 대한 인사 청탁 부분도 강 장관의 평소 성향으로 볼 때 직접 외압을 가했다기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유능한 장관이 공직을 떠나야 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청와대 반응/ "이기준·이헌재 이어 또…" 곤혹

청와대는 27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아들 취직 청탁 의혹 및 지인들의 인천공항 주변 땅 매입 의혹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장관 낙마로 또 후임자를 골라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올 들어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도덕성 논란으로 잇따라 낙마한 뒤 강 장관까지 비슷한 이유로 중도하차 위기에 처하자 최근 들어 부실 검증 논란이 일었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있다.

이날 저녁 강 장관이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청와대비서실장 등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하자 청와대는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28일 강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지만 강 장관이 완강하게 물러날 뜻을 밝히고 있다"고 말해 사표 수리 방침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강 장관은 혈압이 너무 높아 다시 입원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강 장관은 일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부동산 투기 및 아들 취직 의혹의 진위 여부는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같은 의혹이 분분한 가운데 강 장관이 최근 열흘 이상 출근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강 장관의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또 강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사장으로 있을 때인 1999년에 강 장관의 처제와 고교 동창 등이 인천공항 주변 땅을 매입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청와대는 "사전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강 장관이 취임할 때인 2003년 말에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강 장관 처제의 공항 주변 땅 매입 의혹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제도상의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 인사 검증 때 직계 가족의 병역, 부동산 등만 봐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친·인척과 관련된 고위공직 후보자의 의혹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姜건교 "억울"… 진실은?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27일 밤 전격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처제와 고교동창의 땅 매입과정에 도움을 주었는지 여부와 차남(37)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취업 과정에서의 청탁 의혹 등 두 가지다.

강 장관은 이날 건교부 공보관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처제의 토지 매입설, 아들 취업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 의혹의 진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들 취직 청탁 의혹 강 장관이 건교부 장관에 취임하기 한 달 전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직원 채용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차남은 강 장관 취임 뒤에 재응시해 합격했다. 2003년 11월 첫 채용 때는 혼자 지원했으나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고, 2004년 1월 교육·의료팀장 공개 채용 때는 다른 지원자 2명과 함께 지원해 혼자 입사했다. 강 장관의 취임일은 2003년 12월 28일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외부에서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고 강 장관 아들이 자격을 갖춘 데다 면접 성적이 가장 우수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의료팀장 채용 당시 면접관이었던 최 모 전 과장은 "상사인 안 모 국장이 면접 10분 전에 전화로 상부의 지시니 장관의 아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그는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도 간부회의에서 회사를 위해 강 장관의 아들을 뽑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강 씨가 경영학 박사학위소지자이긴 하지만 투자유치분야와는 맞지 않았다"며 "결국 강 장관 아들을 선발하는 바람에 자격을 갖춘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장관 아들은 27일 한 언론에 해명문을 보내 "인천을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만드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 공채에 응모한 것"이라며 "감사원에서 나의 채용과 관련한 의혹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인들의 땅투기 의혹 강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강 장관의 처제 이 모씨와 강 장관의 고교동창 황 모씨가 각각 인천 중구 을왕동 일대 밭 1,118평과 680평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최근 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강 장관의 연루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이 산 땅은 인천시의 강제 수용 예정지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곳으로 99년 평당 40만원이던 것이 현재는 평당 120만원을 호가한다.

핵심은 이들이 땅을 사는 데 강 장관이 개발 정보를 제공 했는지 여부. 이 문제는 지난해 4월 청와대 등에 관련 투서가 들어와 이미 국가 사정기관이 한 차례 조사한 적이 있는 사안이다. 당시 강 장관의 개입 정황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아 검찰 조사 등 추가 수사 없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26일 청사에 나와 "처제가 땅을 산 사실은 계약 후에 알게 됐고, 동창이 그 옆의 땅을 구입했다는 것은 이번에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이는 개별적인 사적 행위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9년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과 공항공사 사장 등으로 재직하며 영종도에 거주했다. 이때 주말이면 자주 다녀가던 처제가 "나중에 이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땅을 샀다는 해명이다. 강 장관은 "보기에 석연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지인들이 땅을 샀다고 해서 내가 정보를 줬다거나 개입됐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는 건 옳지 않다"며 "가능한 한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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