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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레몬 혁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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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레몬 혁명’ 논란

입력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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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변방의 독립국가 정부를 잇따라 무너뜨린 민중봉기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이르렀다.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 혁명,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에 이어 3번째다. 이번에는 ‘레몬 혁명’ 이다. 반정부 시위대가 레몬과 황색을 상징으로 내세운 데서 비롯됐다. 키르기스의 튤립이 유명한데서 ‘튤립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소련 붕괴 직후 동유럽을 휩쓴 민주화 도미노를 벨벳 혁명으로 찬양했듯이, 민중의 민주화 의지가 혁명의 원천임을 과시하고 치하하는 것이다.

■ 그러나 키르기스 사태는 배경과 성격이 그 상징만큼 선명하지 않다. 독립 후 15년간 집권한 부패 독재정권이 선거조작까지 자행한 것에 분노한 민중이 봉기한 외형은 민주 혁명이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의석을 독차지한 총선 결과는 민중봉기의 근본원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보다는 수도 비쉬켁 등 북부지역에 권력과 경제력이 편중된 데 불만이던 남부의 반정부세력이 주지사와 경찰을 몰아내고 수도까지 밀고 올라온 것에 정권이 맥없이 무너진 우발적 사태라는 것이다.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 때와 같은 외세 개입 흔적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 다만 이 지역에 정통한 유럽 언론이 장미 오렌지 레몬 튤립 등 혁명의 상징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지역 영향력을 다투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이 민중혁명에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가를 정밀하면서도 거시적인 안목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이 반정부 세력에 막대한 자금과 선전선동 노하우를 지원했다. 폴란드 등의 시민운동그룹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것도 서방의 개입과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 이런 관점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잇단 민중혁명은 러시아 변방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의 산물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저명한 논평가 사이먼 젠킨스 등은 그래서 "시어빠진 레몬"(Sour lemons)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반면 더 가디언의 티모시 가튼 애쉬 같은 이들은 민주주의 확산은 어쨌든 바람직하다고 반박, 자못 열띤 논쟁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은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이 벌이는 전략적 게임의 궁극적 목표도 중국 포위라는 분석이다. 대륙 반대쪽의 격변과 혼돈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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