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세계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1980년 대 부동산 거품, 90년대 말 닷컴 거품으로 휘청거린 세계경제가 이번에는 부동산 유가 채권·주식 등 전방위에서 다시 거품 홍역에 빠져들 조짐이다.
우선 부동산에 돈이 몰려드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 중국 홍콩 일본 영국 등 세계 23개국에 대한 주택가격 현황에 따르면 2003년 대비 지난해 세계 집값은 평균 8.7% 올랐다.
미국은 90년대 말 닷컴 열풍이 고스란히 부동산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플로리다주의 어떤 지역은 집값이 하루 새 두 배로 뛰는가 하면 인터넷에 콘도 거래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지난해 미국 내 주택거래 중 23%가 순수 투기목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사정은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해 주택 분양가가 전년 대비 14.4% 상승, 중앙정부가 과열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도쿄(東京) 중심가 긴자(銀座)의 땅값이 지난해 평균 10% 상승하며 17년만에 처음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80년대 부동산 거품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거품은 원유가에도 자리잡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은 단순히 현물 석유의 수급-공급 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거래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등의 농간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채권과 주식시장에는 밀려드는 눈먼 돈으로 인해 정크본드나 신흥채권 등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과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재무채권 간의 금리차도 3.3%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제 전문가 스티븐 펄스타인은 23일 세계 경제를 ‘거품이 잔뜩 낀 현금시대’로 규정한 뒤 "금융시장에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공돈이 넘쳐나면서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 자금으로는 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 중앙은행들이 풀어놓은 돈들이 지목됐다. 제로금리 기조를 고수한 일본은행, 2004년 6월 이전까지 금리를 1%까지 낮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그제를 고수하기 위해 마구 위안화를 찍어낸 중국 인민은행 등 금융당국이 자초한 위기라는 것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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