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한일 관계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주 "가까운 시일 안에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 예정대로 상반기에 만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올 상반기로 예정된 정상회담은 그대로 추진하고 다른 외교채널도 모두 열어 놓겠다"는 다짐도 같은 방향이다.
이로써 정상회담 준비를 겸한 양국 간 물밑대화의 전망이 밝아졌다. 물론 정상회담이 현재 불거진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 전쟁’을 향해 폭주할 듯하던 양국 관계 냉각에 제동을 거는 것만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양국 관계의 더 이상의 냉각이 부를 국민의 심리적 불편을 덜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대일 강경 발언을 거듭하면서도 ‘경제·문화 교류의 지속’을 빠뜨리지 않았듯 양국 간 경제·문화 교류와 상호 협력은 정부가 막는다고 중단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있다. 따라서 어차피 이어질 관계라면 교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아울러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도 가볍게 해 주어야 한다.
더욱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오해를 풀 수도 있다. 최소한 상대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사는 데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 싸움’에서 피해자는 본원적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면 관전자들의 눈길은 양자의 행동양식에 쏠리게 된다.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닐수록 얼마나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우리는 정부의 대일 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대일 신독트린’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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