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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간판만 번드르르/ 전국 실태 점검…1년반째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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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간판만 번드르르/ 전국 실태 점검…1년반째 헛바퀴

입력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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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경제특구(경제자유구역)인 송도신도시가 첨단과학도시 개발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부동산투기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보도(22일자 3면)에 이어, 전국에 지금까지 모두 5곳이 지정된 경제특구의 실태를 현장점검한다. 송도 이외의 다른 경제특구들도 지정된지 1년반이 되도록 아직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는 등 ‘무늬만 경제특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인천 청라·영종지구

3곳(송도, 청라, 영종지구)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천의 경우 청라지구와 영종지구도 외자유치 실적은 전무한 채 재원조달 문제 등으로 개발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라, 영종지구는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는 구상이지만 사업비 조달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특구 개발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옛 동아매립지 땅인 청라지구(541만평)는 경제특구 개발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반 조성에 필요한 성토재(토사)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개발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인천시는 청라지구 조성에 필요한 성토재 1,420만㎥를 굴포천 방수로 공사(600만㎥)와 서울 지하철 7호선 공사(150만㎥) 현장 등에서 공급받을 계획이었으나 이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성토재가 제대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특구 조성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지구(4,184만평)는 전국 5곳의 경제특구 중 가장 넒은 면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종지구는 인천시가 2002년 10월 지구 내 347만평에 대해 주민과 땅주인들이 조합을 구성해 민간개발을 하도록 허용했다가 경제특구가 지정된 2003년 8월 이후 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주체를 변경,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개발방식 변경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에다 막대한 사업비 조달 문제로 특구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 부산·진해 특구

부산ㆍ경남 일대 동남해안벨트를 동북아 해상물류·국제비즈니스 중심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12일로 개청 1주년이 됐다. 그러나 투자 유치 성과가 미미한데다 비전과 현실성을 갖춰야 할 개발계획 수립부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체 부지 3,171만평가운데 1,154만평에 이르는 개발대상 지역은 부산시와 경남도 등 지자체와의 큰 시각차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개발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공사도 국제신도시 건설 후보지인 명지지구와 첨단생산·주거지역 예정지인 도동·가주지구·마천지구 등에 대해 사업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 실시설계 용역조차 발주하지 않고 있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 말 완공될 부산과학산업단지 내 외국인투자지역(9만2,000평)과 내년 말 공급될 신항 북측 배후지 내 물류용지(22만평)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3~16년 후에야 공급될 예정이어서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소한 신항배후지 ▦산업용지의 높은 지가 ▦도로 등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 부족 등을 부산·진해 경제특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산과 경남이 사과 쪼개듯 반반씩 차지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청의 비능률적인 조직,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입김 때문에 일사불란한 경영이 쉽지 않은 점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런 가운데 북미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을 상대로 해외투자설명회를 갖는 등 투자 유치에 안간힘을 쏟은 결과 지난해 11월 르노삼성자동차로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총 6,000억원, 영국 스노박스사로부터 스포츠 및 레저리조트 개발에 2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계획을 각각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장수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경제자유구역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사업시행자 등 관련기관들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남문지구(28만평)과 송정지구(22만평)의 개발시기를 2010년으로 앞당기고, 신항배후물류부지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 광양만권 특구

‘사회간접자본 태부족, 사업자와 투자기업 난색’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이다. 정부가 광양만권을 동북아 항만물류·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시동을 걸었지만 경제특구 지정 1년 5개월이 되도록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개발계획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광양만권 경제특구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반시설의 부족 때문. 전체 2,691만평 규모의 광양만권 경제특구는 광양항 배후단지(112만평)가 넓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도로, 철도, 항만시설, 상하수도 개설 등 모두 43건의 기반시설조성 계획사업 중 실제 공사에 들어간 사업은 20건. 이중 12건은 이전부터 계속해온 사업이며, 특구 지정 이후 신규 사업은 단 8건에 불과하다.

공장용지가 없어 입주를 희망하는 국내외 기업이 있어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율촌지구의 경우 공장용지 분양면적 208만평 중 39만평만 부지 개발이 끝나 12개 기업이 입주해 있을 뿐 나머지는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땅이 있어도 개발이 안돼 기업이 입주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동지구는 갈사만 매립지(120만평) 개발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경남도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은 한국토지공사를 사업자로 지정, 참여를 호소하고 있지만 토공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거·교육·의료시설이 들어설 신덕지구도 1단계 신대배후단지(88만평) 개발사업자 선정을 놓고 순천시와 토공의 갈등으로 특구 지정 13개월만인 지난해 11월말에야 겨우 순천시가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투자유치 실적 또한 미미할 수밖에 없다. 출범 1년간 8개 국내외 기업에서 9,034만 달러를 유치하는데 그쳤고, 투자양해각서(MOU) 체결도 15건에 불과했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기반시설 부족과 광양항에 대한 낮은 인지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토지이용계획을 바꾸는 등 ‘맞춤형 개발 방식’으로 개발계획을 변경해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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