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명 미술관이 길거리 예술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적인 작품을 소장한 뉴욕의 미술관 네 곳에 영국 출신 그래피티(낙서) 화가 뱅시의 작품이 깜짝 전시됐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들은 뱅시가 몰래 걸어놓은 것. 그는 최근 2주 동안 메트로폴리탄과 현대미술관, 브룩클린미술관, 자연사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전시관 벽에 자신의 그림을 붙였다. 방독면을 쓴 귀부인의 초상화, 스프레이로 반전구호를 쓰는 식민지시대 미군 장교, 미사일을 장착한 딱정벌레, 토마토수프 깡통 그림 등이 세기의 미술품과 나란히 걸렸다. 각 미술관측은 뱅시의 그림을 "발견 즉시 철거했다"면서도 언제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수일 간 미술관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게 뱅시의 주장이다.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뱅시는 "미술관은 소수 부자들의 창고 같다. 나는 대중이 함께 즐길 만한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도발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모자를 쓰고 가짜 턱수염을 붙이고 관람객으로 미술관에 들어가 강력접착제를 바른 그림을 벽에 붙였으며, 동행한 친구가 이 사진을 찍어 뱅시가 이번에 전시한 작품과 함께 그래피티 전문 사이트(www.woostercollective.com)에 올렸다.
뱅시는 "내 행동은 기성 예술계에 편입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력접착제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뱅시는 수년 전 런던 동물원의 코끼리 우리를 넘고 들어가 "나는 나가고 싶다"고 낙서해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