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일에 왜 과학자가 뛰어드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르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한 것 아니겠습니까. 현상이 있다면 그것의 원리를 알고 싶은 것이 모든 과학자의 마음일 겁니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영역의 대표가 25일 서울 삼성동 I호텔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조장희(69·사진) 박사와 이른바 ‘고등감각인지(HSP)’라는 명상법을 개발한 한국뇌과학연구원 이승헌(56) 원장. 조 박사는 원형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비(PET)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PET-핵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를 결합한 최첨단 장비를 제작 중인 물리학자다. 반면 이 원장의 영역은 눈을 가리고 앞에 놓인 카드의 색상을 맞추는 ‘투시(透示)’ 등 초능력 쪽에 가깝다.
두 사람은 이날 ‘HSP 공동연구 협약식’을 갖고 HSP 현상을 뇌영상 기술을 통해 규명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HSP란 명상 등 뇌 훈련을 통해 오감을 뛰어넘는 감각을 발휘하는 것으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논란이 많은 부문이다.
조 박사가 HSP를 처음 접한 것은 약 2년 전. 미국의 한 행사장에서 아이들이 눈을 가리고 앞에 놓인 카드의 색상, 모양 등을 맞추는 것을 보고 속임수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눈가리개를 두세 겹으로 늘리고 종이도 두꺼운 재질로 바꾸게 했지만 아이들의 ‘실력’은 크게 줄지 않았다. 관찰을 통해 얻은 조심스러운 결론은 "사실이라는 확신은 얻지 못했지만 거짓이라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HSP와 관련한 첫 실험 역시 현상에 대한 확증을 얻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초(超)과학’에 대해서도 조 박사는 "초과학은 없으며 단지 인간이 알지 못할 뿐"이라고 단정했다. "일본의 한 연구원은 퇴임하며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2만개가 넘는 실패를 했다. 이제 여러분들은 그 2만개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과를 확신할 때만 연구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김신영기자 ddalgi@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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