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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한일관계 악화속 한국 미래전략 찾는다 "이순신을 배우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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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한일관계 악화속 한국 미래전략 찾는다 "이순신을 배우자" 열기

입력
2005.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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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순신 배우기 열풍이다. 독도사태가 그 불을 지른 셈이다. "오늘의 문제 해법과 내일의 한국사회 비전을 충무공에게서 배우자"는 것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 조선을 지켜 냈던 23전 23승 무패 신화의 주인공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관심은 KBS 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먼저 나타났다. 20일 방송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27.2%(TNS 미디어 코리아)를 기록했다. 독도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울 것을 제안했던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3일 전북 부안에 위치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을 찾아 드라마 제작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관련기사 25면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의 경우 드라마 원작인 김훈 소설 ‘칼의 노래’ 판매량이 한달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모바일게임인 ‘불멸의 이순신’도 독도사태 전과 비교해 다운로드 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최근 충남 아산 현충사의 유료참배객 수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하루 평균 600명을 넘어섰다.

충무공을 한국적 리더십의 모델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경제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평소 "이순신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2월17일 ‘경제전쟁 시대의 이순신을 만나다’의 저자이자 사단법인 이순신리더십연구회 이사장인 서강대 지용희 교수를 초빙, 특강을 개최했다. 이순신리더십연구회는 김승유 하나은행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송자 전 연세대 총장 등이 참여해 2004년 12월 발족, 매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올 여름방학부터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도 실시한다.

이순신 연구에서 최고 권위자인 최두환(58) 해군 충무공수련원 연구실장이 1월 경남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에 관한 연구’ 역시 국가와 기업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리더와 리더십을 충무공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순신 연구논총을 내고 있는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는 충무공 탄신일인 4월28일 ‘16세기 임진왜란을 전후한 한반도 정세와 이순신의 리더십’을 주제로 제7차 학술대회를 연다.

경제계의 이순신 학습이 실용주의나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문화예술계는 독재정권의 권력 강화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는 이순신의 덧칠을 벗겨내고 그의 고뇌와 아픔을 구체화하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소설 ‘칼의 노래’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그렇고, 7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인 영화 ‘천군’(감독 민준기) 역시 인삼 밀무역을 하는 무능한 청년 이순신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남북연합군의 도움을 받아, 영웅으로 변신해 가는 모습을 그린다.

지용희 서강대 교수는 "충무공은 단순한 무인이 아니라 거북선을 개발하고, 둔전을 일궈 군량을 조달했으며, 전쟁 중에도 ‘난중일기’를 쓴 기록정신까지 갖춘 혁신적인 지도자였다"며 "한국사회가 제대로 된 벤치마킹 대상을 찾았다"고 평했다. 정병웅 이순신연구소장도 "일제 식민지와 급격한 서구화를 거치면서 분열과 갈등만 거듭하고,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말해주듯 외부로부터는 어이없는 국권 침해를 당해 온 한국사회가 이순신을 통해 미래의 전략과 방향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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