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사진)의 사망 10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때맞춰 그의 작품이 잇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이번 주 주니어파랑새는 큼직한 판형의 ‘빅 북’(Big Book) 첫 권으로 ‘해저 2만리’(김석희 옮김)를 선보였고, 비룡소도 67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의 ‘15소년 표류기’(김윤진 옮김)를 냈다.
‘해저 2만리’는 바다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을 조사하러 나선 해양학자 일행이 그 괴물, 잠수함 노틸러스 호를 타고 해저 2만리를 누비면서 겪는 모험 이야기다. 노틸러스 호를 지휘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네모 선장이 내내 독자를 사로잡는다. 무인도에 표착한 소년들의 모험을 그린 ‘15소년 표류기’도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명작이다.
주니어파랑새의 ‘해저 2만리’는 지난해 가을 쥘 베른 컬렉션의 하나로 열림원에서 나온 김석희 번역본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 좋게 일부 용어를 손질한 것이어서 내용은 차이가 없다. 다만 ‘빅 북’이라는 말 그대로 아주 커다란 책(21 ㎝ × 29.5㎝)이고, 원서 초판본 삽화를 쓴 열림원 판과 달리 현역 프랑스 작가의 삽화를 쓴 것이 다르다. 크고 무거운 책이어서 소장용으로 알맞다.
‘해저 2만리’로 출발한 열림원의 쥘 베른 컬렉션은 2006년 말 또는 2007년까지 20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인데, 이 달에 나온 ‘지구에서 달까지’ ‘카르파티아의 성’까지 6종이 나왔다. 이 컬렉션은 그 동안 아동용 축약본으로 소개되어온 쥘 베른 작품을 완역함으로써 그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방대한 작업이다. 국내 최고의 번역가인 김석희씨가 번역 활동 20년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컬렉션 전체의 작품 선정과 번역을 맡고 있다.
쥘 베른은 ‘공상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미래 사회를 그렸다. 그가 공상했던 잠수함이나 우주 여행, 비행 기계, 입체 영상장치 등이 현실이 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광대한 우주와 미지의 심해, 지구 중심에 이르는 땅 속 등 그가 다루는 세계의 웅장한 스케일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가 질릴 만큼 방대한 과학적 지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적인 깊이는 독자를 압도한다. 무엇보다 무척 재미있다. 김석희씨는 "쥘 베른 소설은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 결코 아니다" 라고 강조한다.
한편 쥘 베른 100주기를 맞아 그가 살았던 프랑스 도시 아미앵과 낭트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한 프랑스문화원이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프랑스 도서전’을 열면서 부대행사로 쥘 베른 작품의 초판본 삽화들과 한국어 번역본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이고, 26일은 쉰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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