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온 브루스 커밍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북한 정권과 북핵 문제를 분석해 지난해 낸 ‘김정일 코드:브루스 커밍스의 북한’(원제 ‘North Korea:Another Country’)이 번역 출간됐다.
커밍스 교수의 진보적인 시각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북한, 특히 북핵 문제에서 그런 태도가 명징하다. ‘북한이 병영국가가 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 대학살 경험 때문’이라는 그는 ‘북한의 실제적인 목표가 군비증강이라면 핵무장을 지향하는 것은 확고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1953년 휴전협정에서 ‘질적으로 새로운’ 무기도입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남한에 핵무기를 도입했고 이후 핵사용 위협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북한 방문 경험과 북핵 사태의 전개 과정, 이를 둘러싼 미국 정권과 언론의 반응 등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이 책에서 커밍스는 미국 정부, 특히 부시 정권과 언론이 북한에 대한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는지도 꼬집었다. ‘미국 언론의 일관된 입장은 원래 워싱턴은 결백한 데 평양이 끈질기게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라는 그는 하지만 ‘1940년대부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행적을 살펴보면 끊임없이 무기를 사용해왔으며, 아직도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은 미국 쪽’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악마처럼 그려내는 경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커밍스는 ‘김정일은 플레이보이도, 술주정꾼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단지 사교적이지 않으며, 과음하는 편이 아니고, 잠옷을 입은 채 비서들이 가져온 수많은 서류에 지시사항을 적어 넣는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상당히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거나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북한은 내부에 지니고 있는 문제를 대부분 스스로 유발한 장본인이고, 자기패배적인 행동에 길들어 있으며 전형적인 영웅숭배와 엄청난 과장행위, 그리고 비참한 극단주의에 빠져 있다고 본다. 그리고 김정남 후계 구도가 완성되기 전에 ‘그들 부자는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지르고 있는 2,300만 명의 피골이 상접한 인민을 21세기다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부시 정부와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그려내서 유포하는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더없이 좋은 이 책의 결론은 결국 ‘북한은 좋든 싫든 또 하나의 나라이고 또 그들의 나라’라는 점을 미국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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