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선로로 밀어 살해하려 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피고인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경민 부장판사)는 25일 전철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20대 여성을 뒤에서 밀어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부딪치게 해 죽이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된 황모(50·노동)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전과가 없는 등 경우에 따라서 살인미수범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량한 시민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열차가 들어오는 선로 위로 떨어뜨린 것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살인행위라는 점에서 그 죄질이 무겁고 사회적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평소 앓고 있던 알코올 유발성 정신장애로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경위, 범행 직후 피고인의 행동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이 실형 전과가 없고 범행의 결과가 미수에 그친 점,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인 징역 7년에서 감형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해 12월21일 오후 11시께 서울 전철 1호선 구로역 플랫폼에서 피해자 김모(21·여)씨와 30대 남자 2명 뒤에 서 있다 청량리발 병점행 제757호 열차(기관사 신준식)가 역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앞에 있던 30대 남자의 등을 양손으로 힘껏 밀어 3명을 모두 선로로 떨어지게 했다. 그러나 기관사가 급제동해 남자 2명은 무사히 구조됐으며 김씨는 열차 전면 안전판에 부딪쳤지만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부인과 이혼하고 막노동을 하며 여관을 전전하던 황씨는 술을 먹지 않으면 환각·환청에 시달려 오다 이날도 술을 먹지 않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앞서 2003년 서울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는 같은 해 6월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플랫폼에서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안모(당시 41·여)씨를 뒤에서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2·무직)씨에 대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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