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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회의 도청사건 파문 확산/ "정연주 사장 사퇴하라" KBS노조‘강수’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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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회의 도청사건 파문 확산/ "정연주 사장 사퇴하라" KBS노조‘강수’선택

입력
2005.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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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동조합(위원장 진종철)은 노무팀 직원이 23일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발각된 사건과 관련, 정연주(사진)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25일 "긴급 집행위원회에서 정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면서 "정 사장은 29일까지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불법도청 사건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KBS 사상 초유의 사태로, 공영방송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서 "정 사장이 명예로운 결정을 할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KBS는 이날 ‘경영진 일동’ 명의로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 물의를 일으킨 노무팀을 해체하고 사장과 부사장, 본부장 을 포함한 경영진 6명 모두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사과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스럽다"면서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노무 담당 실무자에 의한 우발적 사고였지만, 결과적으로 KBS의 도덕성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근대적 노사관계의 상징인 노무팀을 해체하고 새로운 제도적 대안을 노사협의를 통해 찾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이와 함께 노조에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사장 퇴진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제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과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잘못 인정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사장 퇴진이라는 강수를 택한 데는 그동안 누적돼온 경영진에 대한 극단적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팀제 전환과 지역국 폐지 등 개혁과정에서 심한 박탈감을 느낀 비(非)제작 파트 및 지역국 직원을 지지기반으로 해 당선된 현 노조집행부는 올 초 출범 이후 줄곧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또 당초 노무팀장과 해당 직원을 문책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 사측의 미온적 대응도 노조의 격앙된 감정을 자극했다. 노조 관계자는 "불법도청이 이뤄진 회의는 팀제 및 경영진에 대한 평가 등 직원설문조사 결과를 검토하는 자리였다"면서 "사측이 설문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점으로 미뤄 말단 직원 혼자 도청을 감행했다는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 사내에서는 노조의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진상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폭로 기자회견부터 연 노조의 자세 또한 신중하지 못했으며, 극단적 투쟁으로 몰아가려는 행동에도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감정적 대응방식을 접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신중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PD협회도 "조합원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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