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서 시민혁명으로 정권이 붕괴되자 인근 ‘스탄’ 국가들이 자국에까지 혁명의 도미노 바람이 불어닥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키르기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들 3국은 키르기스스탄의 정국과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고, 장기독재와 부패, 경제불황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전통적인 친러파와 9·11 이후 교두보를 확보한 친미파, 이슬람 근본주의가 상호 대립하면서 언제든 정변이 폭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지목돼 왔다.
키르기스스탄 북쪽의 카자흐스탄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90년부터 16년째 집권 중이다. 제1야당을 그의 딸인 다리가가 이끌고 있는 족벌국가다. 산유국이지만 대부분의 부(富)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장악하고 있다. 선거조작 시비도 끊이지 않아 반 정부세력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대통령이 92년 이후 장기집권하고 있는 남쪽의 타지키스탄은 1인당 국민총생산이 190달러(2003년)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이다. 2003년 개헌을 통해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라흐모노프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대한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의 반발이 뇌관이다.
서쪽의 우즈베키스탄은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89년부터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인접 국가들처럼 철저한 언론통제와 야당탄압,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지만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한 인연으로 친미로 돌아서 ‘테러와의 전쟁’ 명목으로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쏠리는 정부에 맞서 이슬람 급진세력의 발호도 갈수록 거세져 최근에는 정부를 상대로 한 테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장기독재→부정선거→지역분열→시민혁명→독재자 축출로 이어지는 구도를 답습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루지야(2003), 우크라이나(2004)에서 이뤄진 시민혁명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스탄’= ‘~의 땅’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이름의 끝에 따라붙는 ‘스탄’의 어원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의 땅’이라는 뜻이다. ‘스탄’의 앞에 붙는 말은 주로 해당 민족의 이름을 뜻한다. 즉, 투르크메니스탄은 ‘투르크족의 땅’이라는 뜻이다. 타지키스탄은 800년대 그 지역에 정착한 타지크인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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