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혁명으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의 혁명은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에서 일어난 세 번째 민주 혁명이다. 그러나 그루지아의 장미혁명(2003)과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2004)과는 성격과 진행과정, 주도세력 등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모호한 혁명의 성격 탓에 각국은 공식반응을 자제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어떤 야당 지도자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태의 평화적 해결만을 강조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혼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과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 성격과 의미
우크라이나에 비해 레몬혁명은 뚜렷한 주도세력도 없고, 조직력도 약했다. 도리어 우발적으로 일어난 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혁명의 주도세력은 친서방 경향이 뚜렷했으나 키르기스의 야당은 구 소련 엘리트 고위층이거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이끌고 있다. 시위대가 물리적 충돌 끝에 정부청사로 진입해 권력을 접수한 것도 차이점이다.
이번 혁명의 이슈는 민주주의, 가난과 부패의 척결, 대통령의 하야 등 세가지가 꼽힌다. 서방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은 전혀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다만, 선거부정시비가 정권퇴진 주장으로 이어지는 등 그 진행과정은 앞서 두 혁명과 상당 일치한다. 역시 정국수습에 나선 야당은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한 분석가들은 민주주의 도미노가 2008년 러시아 대선까지 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국전망
야당세력의 수권 능력이 없어 정국혼란이 극심하다. 수도 비쉬켁을 비롯한 전국에서는 벌써 약탈과 방화가 발생해 무정부 상태마저 우려된다. 사태 배경에 인종갈등과 지역갈등이 자리하는 것도 정국을 꼬이게 하는 요소다. 농업중심의 남서부는 우즈베키스탄계가 주류로써, 비쉬켁을 비롯한 부유한 북부의 키르기스계에 반감을 갖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이 통일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은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야당세력은 25일 의회를 긴급소집, 정국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 야당지도자 펠릭스 쿠로프를 최고 보안장관에, 쿠르만베크 바키예프를 임시 총리 겸 대통령에 지명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의회에 돌을 던지고 있어 권위를 확보할 지 미지수다. 바키예프는 현행 헌법에 따라 새 대통령선거가 6월에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정국은 바키예프(55), 쿠로프(56), 로사 오투바예바(54)의 ‘야당 트리오’가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친 러시아 성향인 바키예프는 2002년 정부가 야당탄압에 나서자 총리직을 사임하고 야당인사로 변신, 중도좌익 세력을 이끌며 이번 혁명의 전면에서 활약했다. 부통령 출신으로 권력남용 혐의로 7년째 수감생활 중 24일 풀려난 쿠로프는 북부 출신이다. 여성인 오투바예바는 외무장관 출신에 친서방 성향의 인물로 다시 외무장관에 지명됐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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