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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팔아도 재정적자 메우기 급급/ OPEC 好시절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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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팔아도 재정적자 메우기 급급/ OPEC 好시절 갔나

입력
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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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파도 돈이 펑펑 생기는 호시절을 누렸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이제는 쓸 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4일 보도했다.

기름 값이 치솟고 있는데도 돈이 없다는 게 언뜻 투정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들이 처한 현실은 팍팍하다. 무엇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인구가 산유국들의 지갑을 텅 비게 만드는 원인이다. 중동의 인구는 지난 30년 동안 2배로 늘어나 의식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1,6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우느라 매년 120억 달러를 쓰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저소득층에 대한 분배를 늘리느라 허덕이고 있다. 11개 OPEC 회원국 중 7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년 전보다 더 낮아졌다.

OPEC이 세계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도 회원국들을 애타게 한다. 지난 주 이란에서 각료회담을 가진 회원국들은 고유가 대책으로 하루 50만 배럴씩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산유국들이 가난해지자 불똥이 미국에까지 미쳤다. 과거 미국은 산유국들로부터 매년 최소 수십억 달러 이상의 오일달러를 유치했고 이 돈을 국내경제 살리기와 중남미 등 해외투자에 써 왔다.

그러나 산유국들이 오일달러의 소비를 국내로 돌리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돈이 뚝 끊겼다. 여기에는 9·11 테러 이후 아랍인들의 미국 입국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아랍인들 사이에 반미감정이 커진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랍인들은 그나마 해외에 투자할 여윳돈을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 미국 대신 아시아나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세계 에너지연구센터의 레오 드롤라스 박사는 "산유국들이 기름 팔아 번 돈으로 무기사고 일자리 만들고 공무원들 월급 주느라 다 쓰고 있다"며 "기름은 이제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됐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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