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23 對日선언 이후…/ 한일관계 어떻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23 對日선언 이후…/ 한일관계 어떻게

입력
2005.03.25 00:00
0 0

■ 정부, 한미일 안보軸 재검토와 연계

노무현 대통령의 3·23 대일 선언 이후 한일관계는 갈등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략적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일 선언 후 일본에서 나온 "한국이 북한과 비슷해지고 있다" "한일관계를 시궁창에 넣으려는 것인가" 라는 반응은 양국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일각에서는 차제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감정적 충돌의 기저에는 더 심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부가 동북아 안보전략을 검토하면서 기존 한일관계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의 선언은 과거사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군국주의 움직임 등 일본의 전략적 위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적 위치를 ‘동북아 균형자’로 조정하면서 한미동맹, 한일공조라는 기존 안보 축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미국과 밀착해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과 노골적인 대결 자세를 취하는 일본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현재 일본은 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등과 사이가 나쁘다"며 "일본이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너 미국에 밀착하면 지역과 국제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 갈등 국면은 우리 정부의 전략조정과 뗄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 듯하다. 아울러 올 연말까지 이어질 한미간 동맹 조정작업도 한일 관계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내달 초 일본 정부가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성의를 보이면 관계가 나아질 수 있다는 일주일전의 낙관론이 이제는 온데 간데 없다.

그러나 정치, 경제적으로 뗄 수 없이 밀접한 한일관계의 특수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고 금이 간 양국 정상간 신뢰를 회복시키는 외교적 물밑 노력이 진행될 경우 반전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일 양국 관계자들이 정상간 셔틀외교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내달 양국 외무장관회담을 갖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의 움직임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기존 관계 시궁창에 버리는 담화"/ 日정치권 일부 반발

일본 정부는 24일에도 냉정한 대응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쓴 소리와 반발이 흘러나왔다. 일본 총리관저와 외무성 관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 대해 일본이 담화나 성명을 낼 움직임은 없다"며 공식 맞대응은 피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외무성의 2005년판 ‘외교청서’를 보고받는 집권 자민당 외교관계합동회의에서는 "일본 정부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입장을 보다 강하게 제시하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하지 않나"라는 의원들의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무성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시마네현의회 조례 제정으로 한국 반발이 커졌다"는 설명이 있은 뒤 "일본이 강한 메시지를 내면 수교 40주년인 양국 관계에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이어지는 분위기로 끝났다.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성 부장관 겸 자민당 의원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해결 추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도 포함해 무엇이 적절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나가겠다"고 답하는 선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앞서 자민당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청 장관은 기자들에게 "자위대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데 그것을 재군비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노 대통령 글에 반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의원은 "지금까지 쌓아온 한일관계를 시궁창에 버리는 듯한 담화"라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정부관계자 사이에는 ‘여론에 좌우되기 쉬운 노 대통령의 약점이 나왔다. 감정적인 표현이 많아 북한과 마찬가지’라는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