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법’ 공청회는 ‘간판’을 우선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곱씹게 하는 자리였다. ★관련기사 A26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전문사 과정에 석·박사 학위를 부여하자는 법안이 일반 예술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의 많은 반발을 부르고 있다. "그 동안 예술종합학교에 여러 특혜가 주어진 것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고, ‘결국 양측의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이해관계 속에는 학벌과 ‘간판’을 우선시하는 사회의 뿌리깊은 병폐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봉렬 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학원에 준하는 교육을 받으면서도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은 있지만 학위가 없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말복 이화여대 교수는 "예술가는 학위보다 자부심이 중요한 자산이다"고 말했다. 굳이 학위를 받지 않아도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한다’는 예술종합학교 설립취지도 그렇다.
그러나 학위가 없는 각 분야의 숨은 전문가들이 대학 강단에 서거나 사회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기란 쉽지 않다. 이런 현실 때문에 예술종합학교 구성원들에게 ‘학위’란 간판은 더욱 간절한지도 모른다. 일방적으로 예술종합학교 측의 주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반대학도 피해를 입지 않는 윈-윈의 방법은 없을까. 하긴 ‘간판’만을 중시하고, 능력을 인정치 않는 우리 사회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묘책’도 결국은 소용없을 테지만….
라제기 문화부기자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