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법’ 제정이 6년 만에 예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22일 전국 예술대학 학생들의 반대 시위, 이에 맞선 예술종합학교의 반박 기자회견에 이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5층에서는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주최의 공청회가 열려 입법을 둘러싼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21일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우상호) 의결을 거친 ‘설치법’의 핵심은 예술종합학교에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을 두는 것. 문화관광부 산하의 예술종합학교가 현행법상 ‘각종 학교’로 분류되어 대학원 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없는 상황을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찬성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봉렬 예술종합학교미술원 교수는 "이번 입법은 미국 줄리어드, 영국 로열아카데미 등 세계 유수의 예술학교 들이 석·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세계적 조류에 발맞추기 위해 필요하다"며 "단순한 학위수여가 아닌 국가 문화의 경쟁력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제도로는 예술종합학교가 국내외 대학간의 협동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외국 학생유치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홍준 영상원장도 "전문사에게 학위가 주어지지 않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학원과정을 갖춘 상태"라며 "중앙대 등 일반대학에서 MFA(예술전문석사) 학위과정을 두고 있는데, 우리는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반대측 진술인으로 나선 김말복 이화여대 교수는 "외국 예술학교들이 학위를 주기 때문에 명문이 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실기위주의 특성화 교육이라는 설립취지를 무시하고 예술종합학교가 석·박사 학위과정을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오세곤 순천향대 연극영화과 교수도 "현 제도에서도 학위없이 능력만 인정되면 대학강단에 설 수 있는데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예술종합학교가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에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설치법’ 입법에 대한 의원들의 시각도 엇갈렸다. 우상호(열린우리당)의원은 "예술종합학교에 일단 지원을 해주고 일반대학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하는 것이 좋다"며 입법에 대한 찬성의견을 내놓았다. 이재오(한나라당) 의원은 "예술종합학교가 일반대학과 비슷한 석·박사 과정을 도입하려면 교육부 산하로 옮겨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기존 수료자에게도 소급 적용되어 학위를 주도록 한 이번 법안은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예술종합학교 석·박사 학위과정 설치에 대한 논란은 1993년 개교 당시부터 시작되었으며, 99년 ‘국립예술대학교 설치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었으나 일반 대학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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