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시켜서 아이스크림을 훔쳤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경기 시흥시 정왕동 K아파트에서 K마트를 운영하는 이모(53·여)씨는 최근 한 중학생으로부터 현금 2,000원과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편지를 받았다.
중학교 1학년쯤 돼 보였던 이 학생은 편지에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골목 어귀에서 깡패 형들이 부르더니 ‘돈 다 꺼내봐’ 라고 했어요. 돈이 없다고 했더니 형들이 500원을 주면서 아이스크림 1개를 사는 척하며 4개를 훔쳐오라고 했어요. 제가 ‘정말 그런 일 못해요’라고 했더니 때리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훔치게 됐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가게에서 주인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형들이 나중에 학교로 찾아와 때릴까 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훔치고 나중에라도 아줌마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려고 했지만 오해를 받을까 봐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라고 했다.
아이스크림 500원짜리 2개를 훔쳤다는 이 학생은 "1,000원은 아이스크림 값으로 받아 주시고 다른 1,000원은 저희가 양심을 속인 값으로 받아 주세요. 아무리 형들이 협박해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용서를 구했다.
K마트 주인 이씨는 "지난주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 4명이 들어와 아이스크림 한 개 값만 내고 나머지 학생들이 갑자기 도망쳤다"면서 "워낙 빨라 잡지 못했는데 다음 날 한 아이가 들어와 어떤 초등학생 형이 갖다 주라며 현금 2,000원이 든 편지봉투를 놓고 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보기 드물게 제대로 교육 받은 학생이네’라며 많이 칭찬하더라"면서 "요즘 세상에도 이런 학생이 있다는 걸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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