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조정국면이긴 하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계속 피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도 공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계인 베어스턴스증권은 24일 "한국의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비중유지’로 높였다. 베어스턴스는 "한국 정부가 향후 수개월 내 선행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구조개혁을 실시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감지했다"며 "최근 주가 하락을 한국 주식을 선별적으로 사 모을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UBS증권도 ‘그래도 한국 주식을 사야 하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고유가 등을 이유로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 같은 걱정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16일째 ‘팔자’를 계속하며 이날 하룻동안 올 들어 최고액인 2,3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다. 외국인이 연일 매도 공세를 펴자 투자심리가 악화해 종합주가지수는 950포인트대로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도 45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프로그램 순매수 물량이 2,000억원 가까이 쏟아졌으나,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상반된 움직임에 대해 단기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과 장기 투자자들의 긍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단기 자금의 경우, 그 동안 높은 주가 상승과 사상 최대 배당금에다 환차익까지 거둬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차익실현 욕구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씨티그룹증권 유동원 상무는 "미국의 금리가 점점 오르고 있는데다 추가 인상이 확실시됨에 따라 무엇보다 먼저 단기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1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는지난달 23일부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어 외국인 단기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매도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금리인상과 유가 상승,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모멘텀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기민감주에서 경기방어주로, 대형주에서 소형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는 것도 매도 공세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종목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경기민감주가 대부분인 반면, 순매수 종목은 국민은행 강원랜드 등 내수주와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조선주 등이었다. 이 중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경기민감주의 매도 금액이 너무 커 상대적으로 매수보다 매도가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또 지난달 21일부터 단 이틀을 제외하고 소형주를 계속 매수하고 있다. JP모건 임지원 상무는 "아직 장기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이탈 움직임이 없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경기지표가 긍정적일 경우 외국인 매도세는 예상보다 빨리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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