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의 방중 활동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박 총리는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중국을 떠난 바로 다음 날인 22일 베이징에 도착, 중국의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기대됐던 바처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 같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박 총리와 만나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으나 북한이 제기한 ‘합리적 우려’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박 총리는 "회담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회담에 참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런 장면은 중국이 북한에 6자회담 복귀 압력을 강하게 넣어 주기를 갈망해 온 미국을 크게 실망시켰을 법하다. 중국은 한술 더 떠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의 총리를 환대하고 돈독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서명된 ‘투자장려·보호 협정’과 박 총리의 천지개벽한 중국 산업현장 시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02년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자본부족으로 생산을 늘리지 못해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중국의 자본이 대거 북한으로 투입되면 북한의 경제개혁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박 총리가 산업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중국의 개혁·개방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며 6자회담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주장이 빈말이 아닐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핵과 경제개혁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북한의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어제 6자회담 6월 시한설을 부인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제스처를 보낸 것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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