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교사가 일진회 폭력성과 비인간적 행태를 폭로한 뒤 연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감독 관청인 교육부나 교육청은 이를 부인하다 못해 오래 전부터 학생폭력의 심각성을 제기해왔던 그 교사를 못 믿을 사람으로 취급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교육계 비리와 부정이 터져 나오니 먼저 부인부터 하고픈 심정이었을 것이다. 일진회의 존재는 이미 2년 전부터 알려졌고 언론에서도 이의 위험성을 보도하였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해 온 것부터가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교육당국이 일진회 등 폭력서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초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 폭력실태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나 교육청이 학생 폭력조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을 터인데, 왜 일진회가 있지도 않은 조직이라고 부인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혹여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책임과 연관 지을 게 뻔해 그것이 지레 겁이 났던 것이다. 법제적 측면에서도 교육부나 교육청은 학교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기관이니 학교폭력문제 따위는 일선학교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문제만으로 내팽개쳐 온 것이다. 이렇듯 학교에서 사건, 사고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감추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녔기에 일진회가 자생할 수 있었다.
교육당국은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이다. 대책도 학교에서 세우고, 사후관리도 학교에서 하라는 식이다. 공문을 통한 실태조사 지시와 이에 대한 보고 공문을 책상에 쌓아두는 것만으로 일을 다한 것 쯤으로 여겨왔다. 학교폭력 따위는 각 학교의 문제요, 교사가 떠맡아야 할 일거리요, 가정문제로 여겼을 것이다. 이렇듯 학교통제를 본연의 임무로 굳게 믿고 있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있는 한, 또 교사를 오로지 통제의 수단으로 보는 교장이 있는 한, 우리 교육문제는 전혀 개선될 것이 없다. 학교실정을 잘 모르는 행정 관료들이 교육행정을 맡아야 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교육당국이 학교교육을 위한 서비스 센터로 거듭나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관료들이 우리 교육행정 전체를 떠맡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문제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황선주 경북기계공고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