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쉬운 대로 거기서 정보를 얻었는데…."
법무ㆍ정통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15일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열린우리당 A의원의 보좌관 K씨가 털어놓은 푸념 섞인 걱정이다.
K씨의 말에 엄살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과거와 달리 여당 의원들조차 알짜배기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당정협의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공식회의에서 톡톡 튀는 고급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참여정부 들어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정보수집 기능이 축소됐고 이마저도 공유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신분야와 학연, 지연 등 개인적 인맥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중진들에 비해 정보력이 취약한 초선들은 더욱 그렇다. 변호사인 B의원은 매주 일요일마다 동료 변호사들을 만나 갖가지 정보를 수집한다. 386 출신 C의원은 사회 각 분야의 전대협 동우회원들이, 언론인 출신인 D의원은 후배기자들이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다. 또 경제통으로 불리는 E의원은 전경련과 모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간부들과 자주 만난다. 의원 대부분은 국회를 출입하는 정보기관 직원과의 인맥 쌓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고, 피감기관 내부의 인맥도 적극 활용한다. 의원회관 내에서는 "오지랖 넓은 보좌관이 사랑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간 의원들은 드러나지 않게 사설정보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각 의원실별로 1~2개의 정보지를 봤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선 17대 국회 들어 폭로성 정치공세가 줄어든 데에는 이 같은 정보수집의 어려움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2002년 대선 직전 청와대 비서질장의 통화내역을 도청한 국정원 자료를 폭로했던 것과 같은 ‘사건’이 없었다는 게 그 근거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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