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에 있어서 여야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여야 정당 지도부는 24일 청와대 만찬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초당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영토나 주권 문제에서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며 기조를 거들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특히 지나친 강경기조가 기존의 동맹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완곡한 비판도 있었다. 청와대 관저에서 이루어진 이날 만찬은 대화 내용이 대부분 독도에 관한 것이어서 ‘독도 대책회의’에 다름 아니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노무현 대통령=일부 언론에서 외교전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조금 앞서 나간 것 같다. 외교 전쟁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외교전쟁이라고 할만한 각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 함께 감당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우리 내부 결의가 그 수준까지는 가야 대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동안 우리가 대일 관계를 정치적 기교로 다뤄온 느낌을 일본에 주었다. 따라서 일본측에서 부담을 느낄만한 것은 없었고 외교적 불편도 한국이 먼저 풀곤 했다. 유야무야 했다. 외교가 기교적인 일이라지만 진실과 혼이 담겨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세와 각오다. 그 동안 우리 국민 마음 속에는 자조와 냉소, 패배주의가 있었다. 국민만이 힘이다. 나는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진솔한 심정과 각오를 이번에 전달한 것이다. 한미동맹은 잘 관리되고 있다.
▦민노당 김혜경 대표=올바른 말씀이다. 국민과 함께 나가야 한다. 일제 이후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 원인이다. 독도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중요하다. 독도 문제를 민족 문제로 보고 남북 공조와 아시아 연대로 해결해 나가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약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독도 문제, 영토와 주권 문제에 관해서는 양보나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단호하게 대처하되 일시적으로만 크게 얘기하고 끝나선 안 된다.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고 냉정한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외국에 알리고 자료를 정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같은 지정학적 위치와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안보, 경제를 위해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동맹은 한번 맺기가 어려운 만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새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중요하나 기존의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정부는 완곡하게 하더라도 국민들이 나서고 야당이 강하게 말함으로써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여당이나 외교부는 더 낮아지고 대통령은 최후까지 조정해야 하기에 더 낮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의아스럽다. 외교부는 독도 문제에 소극적인데 대통령은 갑자기 매우 강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외교부와 대통령이 인식을 공유하는지 걱정했다.
▦박희태 국회 부의장=대통령은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은 통일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너무 앞서간 말이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단호한 의지를 표현해 국민들이 흡족해 한다. 일본의 독도 연구가 치밀한데 비해 우리는 종합적 연구가 적었다. 독도 문제에 대한 종합적 연구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세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한미일 3각 동맹에 묶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를 지향하려면 가까운 아시아 국가로부터 신뢰를 받고 과거를 반성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독도 문제는 지금 당장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성공적인 관리 대상의 문제이다. 더 큰 도발에 대비해 장기적 대처가 필요하다. 독도 조사 연구 단체를 묶을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각자의 판단과 전망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 옳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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