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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기록 제출거부 전국확대 방침/ 법원 공판중심주의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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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기록 제출거부 전국확대 방침/ 법원 공판중심주의에 ‘맞불’

입력
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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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첫 공판일 전에 수사기록을 전부 제출했던 관행을 깨기로 한 것은 최근 법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라는 재판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공판중심주의는 검찰조서 중심의 ‘읽는 재판’에서 벗어나 법정진술 중심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재판진행 원칙. 대법원이 최근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내놓은 데에는 재판을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이후 법정에서 수사기록 의존도는 크게 약화하는 추세다. 반면 법정에 제출된 수사기록이 피고인의 방어전략에 적극 활용돼 검찰이 기록을 제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전보다 크게 줄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록을 읽고 피고인이 증인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일이 일어나는 등 공소유지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첫 공판기일 전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방침은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제118조2항에 명시돼 있는 ‘공소장 일본(一本)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절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관이 선입관을 갖지 않고 공판에 임하도록 해 재판에 공정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검찰은 그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한 이 규정을 되살림으로써 달라진 재판환경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법원도 검찰의 수사기록 거부 방침을 드러내 놓고 문제삼지 못하는 형편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기록 제출 거부 방침을 시행한다고 해도 법원으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형사재판 법관 수를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향후 5년간 판사 47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사기록 제출거부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될 변호사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지난달 수사기록 제출거부 방침을 밝힌 서울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비리 사건의 변호인은 "만약 검찰이 끝까지 수사기록을 못 보게 한다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냈던 김갑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도 검찰이 수사기록의 열람을 이유 없이 거부한 것에 대해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록이 없으면 변호인이 미리 반대신문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재판도 길어질 것"이라며 "미국에도 공판 전에 준비절차를 열어 검사와 변호인 측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증거개시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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