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청산 위기에 몰린 중견 정보기술(IT) 업체를 협력 업체들이 공동으로 구제해 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불황과 산업 양극화 현상으로 대표되는 난국을 중소·중견기업간 연대로 돌파하는 ‘상생’의 해법인 셈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맥슨텔레콤의 200여개 부품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채권 협의회는 최근 이들이 보유한 200억원대의 맥슨텔레콤 상거래채권(어음 등)을 이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 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맥슨텔레콤의 총 발행주식 1,400만주 중 300만주(21.4%)를 보유해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며, 맥슨텔레콤은 자본금이 확충됨에 따라 회생의 희망을 찾게 됐다. 맥슨텔레콤은 지난해 1,329억원의 매출에 690억원의 순손실로 자본금(547억원) 전액이 잠식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맥슨텔레콤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미래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며 "협력업체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잠시 받을 돈을 미룬다는 심정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6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산업은행도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측은 지주회사 성격의 별도 법인이 맥슨텔레콤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2003년말 현주컴퓨터 부도 사태 당시에도 중소 PC부품 업체들이 경영권 인수에 나서 회사를 기사회생시켰다. 현주컴퓨터는 당시 대주주인 김대성 사장의 지분 전량(26%)을 10여개 납품업체로 구성된 협력업체협의회에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으며, 지난해 2월 삼보정보통신에 인수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IT 업체의 도산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다름아닌 중소 부품 업체들"이라며 "이번 합의는 완제품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공존과 상생을 추구하는 모범적 협력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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