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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패션 기획전 - 미술관 3곳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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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패션 기획전 - 미술관 3곳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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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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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예술인가 아닌가’ 라는 해묵은 논쟁은 이제 접기로 하자. 봄 들어 서울시내에서만 무려 세 곳의 미술관에서 패션관련 기획전이 잇따르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사진전문 대림미술관의 ‘아트 인 패션- 예술로 기억되는 세계의 패션일러스트’는 5월 8일까지 계속된다. 복합문화공간 스타일큐브 잔다리가 개관 1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패션 인 러브’는 25일 개막, 4월 30일까지 열린다. 또 메이크업스쿨 이경민아트쿨은 ‘열다- 얼굴과 신체에 그들의 시선이 덧입혀지다’라는 기나긴 제목의 메이크업아트전을 31일부터 4월 5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사치와 허영, 겉멋의 대명사였던 패션에도 재평가의 새 봄은 오는가.

스타일큐브 잔다리가 마련한 ‘패션 인 러브’는 옷과 그 옷을 찍은 사진, 그 사진과 옷이 함께 있는 설치미술을 통해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전시다. 현대인에게 가장 친숙한 대상인 옷을 기본으로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에게 예술행위의 일상성과 즐거움을 알려주자는 취지다.

루비나 이상봉 임현희 임선옥 한승수 등 내로라하는 패션디자이너들이 ‘패션 인 러브’라는 주제로 의상을 제작하고, 사진작가 김중만 김현성 노정하가 이를 자신들의 시선대로 찍고, 그 찍은 사진과 의상을 설치작가 정경연 김진경 강선미 이송 이지연씨 등이 독특하게 디스플레이했다. 옷에서 시작해 사진, 회화, 설치예술, 영상 등으로 점점 예술의 영역이 확장되어가는 방식은 표현수단에 따라 ‘옷’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큐레이터 유경하씨는 "현대사회에서 옷은 신체보호 수단이나 신분과 부의 상징일 뿐 아니라 개인적 취향과 미적 추구의 대상이기도 하다"면서 "패션의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예술의 일상성, 대중성을 환기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미술관의 ‘아트 인 패션’전은 20세기 패션일러스트 거장들의 오리지널 원본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910~1990년대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에르떼, 조르주 르파프, 폴 이리브, 세실 비통, 르네 그뤼오, 매트 구스타프슨 등 모두 38명의 대가가 그린 137점이 전시중이다. 독일의 잼(Zahm) 컬렉션 소장 대표작들의 세계순회전에 이은 한국전시다.

패션일러스트는 1910년대 패션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옷을 미리 고객에게 보여주기위한 광고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디자이너 폴 푸와레(1879~1944)는 자신의 이국적인 디자인을 우아하면서 표현적인 비주얼로 선보이고 싶었고 폴 이리브, 에르테 같은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그린 아르데코 스타일 패션일러스트는 현대인의 눈에도 신비한 동양의 정취가 물씬하다.

1950,60년대 컬러사진이 보편화하면서 패션잡지의 일러스트는 대부분 패션사진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패션일러스트는 잉크나 펜에서 더 발전해 파스텔 템페라 유화 등 다양한 표현매체를 실험했고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등 당대의 미술양식을 도입, 독특한 표현예술의 영역을 개척했다. 장 폴 고티에, 칼 라거펠트, 드리스 반 노튼 등 유명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패션일러스트레이터들과 작업한다.

시인 보들레르는 ‘패션일러스트 만큼 그 시대의 미학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옷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창조적 감각으로 당대의 문화와 예술경향을 반영하고있다는 뜻이다. 대림미술관의 ‘아트 인 패션’은 보들레르의 깊은 통찰력을 엿보게 해준다.

이경민 아트쿨이 마련한 메이크업종합전시 ‘열다’도 눈길을 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 서울대 국민대 홍익대 용인대 등에서 선발된 30명의 젊은 예술학도들이 얼굴 메이크업과 바디페인팅을 통해 실험적인 화장예술을 선보인다. 메이크업은 물론 헤어, 의상, 비디오아트, 금속공예 등 다양한 장르가 한 데 어우러진 전시로 주최측은 살아있는 나비를 전시장안에 풀어 생동감을 더할 계획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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