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들의 고(高)배당 요구가 거세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챙겨가는 배당금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에게서 올해 초 받아간 배당금 규모는 전년보다 78%나 늘어 사상 처음 5조원에 육박했다.
2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12월 결산법인 549개사의 2004 사업연도 현금배당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배당금 10조1,409억원 중 47.7%인 4조8,322억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갔다. 코스닥시장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한 555억원을 더할 경우, 외국인들이 12월 결산법인에게서 받아낸 배당금은 총 4조8,877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2003년 유가증권시장(2조7,044억원)과 코스닥시장(398억원)을 합친 총 배당금 2조7,442억원보다 78%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국내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이 챙긴 배당금은 2003년 4조9,610억원에서 2004년 5조7,323억원으로 1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이 챙긴 배당금 증가율이 국내 투자자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은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측면도 있으나, 국내 상장기업들이 외국인들의 고배당 요구에 굴복해 현금배당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배당금에서 외국인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35.8%와 37.4%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2002년 36.01%·2003년 40.11%)보다 낮았으나, 2004년에는 배당 점유율(47.7%)이 시가총액 비중(41.97%)보다 6%포인트 이상 많았다.
한편 기업별 배당금은 삼성전자가 1조5,63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텔레콤(7,582억원) 한국전력(7,241억원) 포스코(6,443억원) KT(6,323억원) 등의 순이었다. 시가배당률은 캠브리지가 59.0%로 가장 높았고, 한국쉘석유(12.8%) 영풍제지(12.4%) 부산산업(12.2%) 휴스틸(11.9%)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2,500만원)의 21배인 5억2,900만원을 배당한 신대양제지가 가장 높았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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