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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돗물 관리,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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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돗물 관리,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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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은 지구촌에 도래한 물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제13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오염으로 병든 하천과 호수, 매년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물 부족과 낭비 등 수많은 물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는 이날의 의미가 더욱 크다.

우리의 물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전국에 만연한 수돗물 불신이다. 많은 국민들은 수돗물을 신뢰하지 못하며, 실제로 수질, 맛, 냄새, 색도 등에서 이상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최근 전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70% 이상이 수돗물은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답변했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또한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먹는 샘물을 마신다는 대답은 2000년 이후 2~3배 이상 늘어나 수돗물 불신은 계속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연간 수돗물 생산량의 14.8%인 9억여톤이 누수돼 3,8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의 수질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수돗물 감시 행정을 효율화하며 정수시설을 정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노후 송수관으로 인한 누수와 수질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자해 이를 교체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질개선과 불신해소에 다소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이 생산·공급된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수도꼭지까지 가는 과정 중 특히 건물의 물탱크와 옥내배관에서 수질이 오염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물탱크와 옥내배관은 개인이 관리해야 할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방치된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 옥내배관과 물탱크를 교체하거나 세척하는 것을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수돗물의 안전을 위하여 책임 이상의 희생을 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건물 소유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참여하더라도 수돗물의 수질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효과는 일시적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건물의 수도꼭지를 중심으로 한 실시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작은 수질감지센서 하나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빌딩과 아파트 단지, 학교, 일반 주택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건물에 유입되는 수도관과 주요 사용 지점에서 수질을 측정해 인터넷 통신망으로 확인하고 수돗물의 안전성을 사용자에게 공개하여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다. 이처럼 나노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환경기술에 융합 적용하는 것이 지금의 수돗물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수돗물의 생산에서부터 급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할 것이 아니라 일부를 민영화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정수장에서부터 송수관까지 수돗물 생산과 공급을, 민간 기업이 수질감지센서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급수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도 사업 급수민영화는 대민서비스 증대, 환경산업 육성, 정부 불신 해소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수돗물은 과거에 사용하던 우물물에 비해 안전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공급됐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켜 인류 수명을 연장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과거 우물물에 불과한 먹는 샘물을 비싼 가격에 사먹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리가 부실할 경우 위험성이 매우 큰 정수기를 고가에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첨단기술 활용과 제도개선을 통하여 수돗물의 부활을 준비하여야 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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