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청각장애인이 불법노점행위로 부과된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0.5톤 트럭을 개조해 부인과 함께 떡볶이 호떡 등을 팔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으나 불법노점으로 적발돼 벌금 70만원을 부과받고 고민해 왔다고 한다. 게다가 네 식구가 사는 10평 남짓한 원룸의 월세 30만원을 내는 날이 코앞에 닥쳐왔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40만원을 받고 있지만 도저히 100만원을 마련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당국의 경직된 법 집행 자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노점을 적발해 고발한 행정당국과 그를 조사하고, 벌금을 부과한 수사당국 어디서도 법 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형편은 어떤지를 살필 수는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 검찰이 한 벌금 미납자의 딱한 사연을 해결해 감동을 주었던 터라 그 씁쓸함은 더하다. 한 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벌금미납자 집에 몰려갔다 궁핍한 생활을 보고 미처 팔지 못해 썩어가는 고구마 50여상자를 몽땅 사줘 벌금을 납부토록 했다는 훈훈한 미담이었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청각장애인 노점상에게 조금만이라도 법의 온기와 관용이 비쳤더라면 귀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불법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과 형편을 헤아리는 일은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산에 따라 벌금액수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라는 식으로 벌금 총액만 규정돼 형평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그런 점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포르투갈 등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의 재산상태를 고려해 벌금액을 다르게 부과하는 ‘일수(日數)벌금제’ 는 참고할 만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70만원은 자살을 생각할 만큼 큰 돈이지만 부자들에게는 수천만원의 벌금도 용돈수준에 불과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