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싹을 틔우는 에너지가 분출하는 요즘, 겨우내 쌓인 눈을 거둬낸 숲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동면을 끝낸 개구리와 도롱뇽이 산란을 위한 짝짓기에 한창이고 목련 진달래 개나리의 물이 가득 오른 꽃눈이 금세라도 터지려 한다. 전문가의 생동감 넘치는 해설을 들으며 산과 들에서 자연생태를 배울 수 있는 ‘서울시 숲속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서울시는 4월 3일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남산 안산 관악산 수락산 등 근교의 11개 산과 공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도시락 둘러메고 들로 산으로 = 산마다 차이는 있지만 숲속여행 프로그램은 대략 2~3㎞의 짧고 완만한 등산로에서 진행돼 여유롭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가족과 이웃이 화목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전문 숲 해설가가 동행한다.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에 대해 물어보고 산에 얽힌 옛날 얘기들도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 계곡과 능선에서 새순을 틔우는 국수나무 귀룽나무 참나무 수양버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오랜만에 흙길을 밟는다면 이만한 자연학습장이 또 없다.
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올해는 숲 탐방로를 지나기 편안하게 개선하고 숲 해설가들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서울시 홈페이지 숲속여행 코너에서 ‘숲 마니아’들의 경험담을 접해보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 희망자는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나 숲속여행 홈페이지(san.seoul.go.kr), 구청 공원녹지과에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무료, 매회 60명 선착순. 카메라나 필기구 음료수 도시락 등은 직접 준비해야 한다.
◆‘11山 11色’ 다양한 체험코스 = 남산 숲속여행 프로그램은 식물원에서 출발해 봉수대를 거쳐 남산소나무숲을 지나는 2.1㎞의 등산로에서 이뤄진다. 남산에 돌아온 토끼 다람쥐 산비둘기 등 다양한 서식동물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산수유와 동백의 꽃망울을 관찰할 수 있다.
고구려 문화유산이 즐비한 광진구 아차산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차산의 숲속여행 프로그램은 이곳에서 전사했다고 믿어지는 고구려 온달장군의 이름을 딴 ‘온달샘’, 온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지름 3m의 ‘공기돌 바위’ 등 이야기가 넘치는 유적지 탐방이 주를 이룬다. 연장 2㎞로 둘러보는 데 아이들 걸음으로 약 3시간이 걸린다.
과천 의왕 성남 서울의 경계에 눌러앉은 청계산은 여말선초 때 학자인 이색 길재 조윤 등이 은거했던 유서깊은 곳이다. 숲속여행 코스에서 이들의 자취를 따라가보는 것도 유익하다. 참나무숲과 소나무숲에서 포자식물의 번식방법을 체험하고, 맑은 계곡물 속의 수서곤충을 찾아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서초동에 거주하는 주부 조모(32)씨는 "지난 가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청계산숲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숫기가 없던 아이들이 또래들과 함께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숲 이야기를 듣고 풀피리도 만들어 부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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