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점장 하는 친구가 어느 날 중간정산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며 전화를 해 왔다. 주식이라면 왕년에 한 가닥 하던 그였지만, 한번 호된 수업료를 치른 탓인지 뜻밖에 나를 찾았다. 하지만 퇴직금의 절박성, 과거 손실로 인한 높은 기대감, 행여 우정이 상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나는 정중히 그의 수탁의뢰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뜻이 하도 완강해 갖은 설득을 다 하던 끝에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주식투자를 하면 열에 아홉이 깨지니 주식 안 하면 네 수익률이 전국에서 상위 10%에 드는 셈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훌륭한데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지?" 그러자 순간 그는 마치 득도라도 한 듯이 "그래!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 안 하면 수익률이 100명 중에 10등이네?"하고서는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주식의 유혹을 뿌리칠 완벽한 논리를 발견했다는 음성이었다.
주식투자는 이처럼 안 하는 사람의 평균 등수가 월등히 높다. 마음이 편한 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에서 1등은 과연 누가 할까. 그리고 그 1등은 10등과 달리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걸까. 여기 그 답을 암시하는 예화가 있다.
시장의 폭락으로 어느 증권사 지점의 거의 전 계좌가 초토화하자 그 지점장은 큰 실의에 빠졌다. 그런데 유독 한 계좌에만 엄청난 수익이 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망설이던 끝에 그 계좌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곤 다른 고객들의 손실복구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꼭 좀 비결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그 고객은 이렇게 대답했다.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제가 죄를 짓고 옥살이를 좀 했습니다. 주식이 오른다는 얘긴 들었어도 거기 그렇게 앉아 있는 주제에 주식은 무슨 주식입니까. 그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나와서 보니까 글쎄 제 주식이 몇 십 배나 올라 있지 뭡니까. 이게 왠 일인가 하고 얼른 팔았더니 그 때부터 쭉쭉 빠지더라고요."
경제학자가 주식투자를 잘 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단지 경제학을 잘 아는 사람들일 뿐이다. 주식전문가가 주식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냥 주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에 아무리 높은 학식이나 전문적인 식견도 하늘의 운을 당할 순 없다. 주식은 운이 칠, 기술이 삼,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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