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성에 스스로를 가둔 세 젊은이는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성은 굳건하다. 1968년 파리는 불타고 있다. 거리에서는 연일 함성소리가 들려 온다. 그러나 세 청년은 미로처럼 길고 복잡한 복도가 있는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행복한 한 달을 보낸다. 마냥 자유롭다.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어차피 제목부터가 이들을 ‘몽상가들’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스무 살 미국청년 매튜(마이클 피트)는 파리의 시네마테크를 들락이며 영화의 세계에 빠져 산다. 그곳에서 쌍둥이 남매 이자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를 만난다. 그리고 부모님의 여행으로 빈 쌍둥이 남매의 아파트에서 한 달간 동거를 시작한다. 이들의 유희는 아찔하다. 나신을 주저하지 않고 드러낸다. 일상은 게임이고 게임에 진 벌칙으로 자위행위, 눈 앞에서 섹스 등을 내린다. 셋은 발가벗고 한 침대에서 자고 욕조에 함께 몸을 담근다. 시끄러운 세상과 관계 없이, 이들은 자신들의 성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든다. 어린시절의 놀이처럼 거실에 텐트를 치고 발가벗고 잠든다. 이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제 노장인 감독에게는 더더욱 멀어진 청춘. 그 청춘에 대한 그리움과 찬사를 담았기 때문인 듯하다.
‘파리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 등을 연출한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게 68년은 추억과 낭만이 담긴 시대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암울했던 70년대가 돌아보면 통기타 문화로 대변되는 낭만의 시절로 기억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고 하면 실례일까. 68의 정치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아름답고 에로틱한 이 영화를 본 68 당사자들은 진지하지 못한 시각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젊은이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에 빠져들다 보면,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거장은 달리 거장이 아닌 것이다. 아찔한 노출 수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무삭제로 개봉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진정 영화의 흐름을 읽은 덕인지, 아니면 거장의 이름값 때문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있는 그대로의 세 젊은이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갑다. 25일 개봉. 18세.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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