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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새 길이 새로 나고, 묻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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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새 길이 새로 나고, 묻힐 때

입력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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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새로 생길 때‘났다’고 하고, 없어지면 ‘묻혔다’고 한다. 그것은 ‘끊어졌다’와는 또 다른 의미이다. ‘끊어졌다’는 길이 있는데도 막혀서 가지 못하는 경우이고, ‘묻혔다’는 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를 말한다.

산골에서 자란 나는 길이 어떻게 나고 어떻게 묻히는지 잘 안다. 풀과 나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 발길이다. 그곳에 논밭도 없이 단지 여름에 동네 아이들이 소를 먹이러 다니는 산에도 길이 난다. 그러다 사람 발길이 이태만 뜸해지면 다시 풀숲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고향에 가면 그렇게 묻혀버린 길들이 많다. 밭을 묵히면 그 밭으로 가는 길도 묻혀버린다. 내가 학교 다닐 때 큰 길을 두고 질러 다니던 산길도 사라지고 없다. 어린 아들 옷 젖지 말고, 또 중간에 만화방 같은 곳으로 새지 말고, 학교 잘 다니라고 어머니가 이따금 이슬을 털어주던 산길이 중간쯤에서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늘 소설가 아들보다 비유가 더 좋은 우리 어머니 말로는 길이 묻힐 때 가장 먼저 나서는 것이 칡넝쿨이라고 했다. 그것이 이제 너희들은 오지 마라, 하고 사람 발길을 막고 그 다음 풀씨들을 부른다고 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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