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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눌린 EU·아랍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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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눌린 EU·아랍 정상회의

입력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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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정상회의/‘미국 경제 따라잡기’ 산넘어 산

2000년 10년 내 미국 경제를 따라잡겠다고 호언했던 유럽이 오히려 미국의 힘에 눌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대 중국 무기금수 해제 연기와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에 대한 세계은행 총재 지명 수용이 그 예다.

유럽연합(EU) 25개국 회원국 정상들은 2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어떻게 하면 미국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지’ 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묘안이 나올지 미지수다.

EU의 계획은 우선 경제 회복이다. 201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경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건 2000년 ‘리스본 어젠다’의 세부 개혁내용을 확정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EU 전반의 경제 개혁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나 회원국들은 자국의 경기침체를 대응하는 데도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국 정상들은 22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경고에도 불구,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핵심인 재정적자 폭을 완화키로 하는 등 자국의 경제사정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EU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독일과 프랑스가 만성적인 고실업과 저성장으로 헤매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도 미국의 3.7%의 절반도 못 미치는 1.6%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심의제 중 하나인 역내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도 갈길 바쁜 유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침체된 내수 진작으로 경제를 활성화해 역내 총생산을 높이려는 계획이지만 노동력이 싼 동구권 국가들의 대거 유입을 우려한 서유럽 국가들은 시장개방을 늦추려는 태세이다. 특히 프랑스 노동자들이 시장개방을 EU 헌법 국민투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여 서비스 개방이 졸속으로 처리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아랍 정상회의/ 美 ‘민주 확산’공세에 사분오열

아랍권의 분열과 위기의식은 유럽보다 더 심각하다. 거세게 밀려오는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에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분열과 파행만을 거듭하고 있다.

아랍연맹(AL) 소속 22개 회원국들은 22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이틀 일정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아랍권 최대 현안인 시리아의 레바논 철군 문제를 비롯한 ‘민주화 바람’은 의제에 포함시키지도 못했다. 레바논의 대규모 군중시위, 시리아군 철수 등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아랍권의 공동대응이 절실하지만 당사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대항해 아랍 지도자들의 도움을 요구하는 있는 시리아에 대해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속적인 철수만을 고집하고 있다. 당사국인 레바논의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 아예 회담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창설 60주년을 맞는 이번 정상회담에 정상을 보낸 회원국은 13개국에 불과해 정상회담은 반쪽행사로 전락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아랍 지도자들이 몇 달 동안 아랍권을 뒤흔든 주요 이슈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 시리아와 아랍의 개혁에 대해 말로만 걱정하는 립 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 이스라엘 평화협상 전략에서도 내부분열은 여전했다. 요르단·이집트 등은 영토회복보다는 먼저 이스라엘과의 선 관계정상화를 제안했으나, 시리아·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은 "영토회복이 우선"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23일 회원국들은 난상토론 끝에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 당시 점령한 영토 밖으로 철군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재개한다는 ‘하나마나한’ 결의만 통과시키고 회의를 마쳤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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