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간 것은 우리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 독도가 우리 영토인지 일본 영토인지 불분명하다면 모르겠지만,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강탈해간 일본을 위해 그 주변에 중간수역을 설정해주는 것은 잘못이다. 일본에서 가장 저명하다는 국제법 학자는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감으로써 비로소 일본은 독도에 관하여 할 말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은 영토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분할에 따른 상호 입어(入漁)와 함께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음으로써 주변의 잠재적 배타적 경제수역의 이익을 일본과 균점케 했다.
독도는 1905년 일본이 강탈해간 섬으로 여느 분쟁도서와 다르다. 그 이전에 일본은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우리의 영토라고 인정해왔고, 일본 정부와 관변 단체의 간행물들도 우리 땅으로 인정했다. 1900년 대한제국은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강원도에 편입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일본도 이 사실을 1903년 ‘한해통어지침’에 자세하게 기술했다. 2차대전 후 연합군총사령부에서도 카이로선언에 따라 강탈당한 독도를 한국에 귀속시켰다. 1951년 이승만 대통령은 독도를 포함한 평화선을 선포해 온전하게 주권적 권리를 행사했다. 결국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를 아무런 표시도 없이 중간수역에 넣은 것은 평화선의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독도는 서울 남산보다 높고 동도와 서도 사이를 매립하면 올림픽경기장이 나올 만큼 크다. 주변에 산재한 30여 개 소도를 합하면 면적은 상당하다. 독도가 생산하는 잠재적 배타적경제수역의 면적은 남한 면적에 육박한다. 주변 해역의 풍부한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에 관광자원까지 합치면 독자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해, 유엔해양법협약에서 말하는 유인도의 자격에 모자람이 없다. 배타적경제수역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일본의 반대로 해양경계획정이 어렵다면, 경계획정을 하지 않고서도 어업자원의 보존과 최적 이용을 목표로 해 상호 이익이 되는 협약을 얼마든지 체결할 수 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도 일본의 반대로 해양경계협정이 어렵게 되자, 동해 중앙에 울릉도 독도와 일본의 오키섬을 포함하는 거대한 공동규제수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다. 당시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 일본은 우리의 어려운 입장을 역이용해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협력을 구실로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는 협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마네 근해 일부와 대화퇴 상부수역 일부를 넣는 미끼로, 일본은 독도를 울릉도에서 분리해내는 작전을 이루었다. 당시 정부는 어업협정이 없으면 당장 큰 일이 날 것처럼 설명했지만, 독도가 울릉도와 분리당해 중간수역에 들어간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신한일어업협정은 배타적경제수역의 면적 확보와 중간수역 설정에 혈안이 된 일본의 속셈에 말려든 결과다.
일본은 100년 전 독도를 강탈한 절취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시마네현을 내세워 이를 합법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모종의 책략을 추진하고 있다. 모름지기 조약은 공평해야 하며, 합의는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양국 어민에게 별반 이익을 가져오지 못한 신한일어업협정은 상호 이익이 되도록 개정해야 한다. 영토 문제를 뒤로 하고 어족자원 보존과 최적 생산량 유지를 목표로 순수한 어업협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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