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40년 만에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조직 수술이 성공할 것인가.
21일 코피 아난(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안전보장이사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이견을 보여 유엔의 개혁 구상이 탄탄대로를 걷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개혁안은 스스로 메스를 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궁지에 몰린 유엔의 자구책이다. 유엔의 승인 없이 미국이 이라크전을 감행했고, 각종 스캔들로 인해 유엔은 무능력과 도덕성 실추로 도마에 올라있던 참이다.
개혁안의 성공 여부는 안보리 개편에 달려있다. 제시된 안보리 개편안은 이사국을 현재의 15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상임이사국 6개국, 비상임이사국 3개국을 증설하는 A안, 또는 준상임(선출직)이사국 8개국을 신설하고 비상임이사국 1개국을 늘리는 B안 등 두 가지다. 신설되는 상임이사국이나 준상임이사국 모두 거부권은 없으나, 전자는 영구적이고 후자는 임기 4년으로 선출된다는 게 차이다.
A안은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안보리 진출 후보국과 아프리카국가가, B안은 한국 이탈리아 파키스탄 멕시코 등이 지지하고 있다. 유엔의 무기력이 5개 상임이사국에 휘둘린 데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거부권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인정했다.
안보리 진출을 노리는 후보국들은 기다렸다는 듯 개혁안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역 라이벌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리 확대에 대한 합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이 스스로를 개혁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미국의 입김으로부터 독자적으로 유엔이 개혁안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국제사회에 팽배해있다. 미국은 무력 사용 승인 기준을 명문화하는 데 반대하고 있으며, 유엔의 비판론자로 알려진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를 통해 유엔 개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야심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하다"고 높이 평가했고,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도 지지를 보냈다. 아랍권 국가들은 테러리즘에 대한 유엔의 입장에 불만이다. 아난 총장은 개혁안을 패키지로 일괄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안별로 회원국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개혁안이 회원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기도 쉽지 않지만,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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