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잃은 아빠의 '사서함 편지'
저는 이동통신사에서 민원 상담 일을 하는 이혜영이라고 합니다.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글을 올립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요. 그 날 따라 불만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고객이 소리 지르거나 욕을 해도 “죄송합니다. 조치하겠습니다”는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지요.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숨긴 채 인사를 했죠. 목소리로 보아 꼬마 여자애 였어요.
_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입니다.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_(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XXXX-○○○○이요.”
_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_(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가입자가 남자 분인데요. 본인 아니시죠?
“제 동생이에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주세요.”
_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만 가능합니다.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_(가끔 타인이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그럼 명의변경을 해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시니까 부모님동의서를 팩스로 넣어 주십시요.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내여서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 했지요.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꼬마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아빠가“여보세요”하며 전화를 바꿨습니다.
_안녕하세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_(콰당!! 그럼 사실이란 말야?) 미안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딸이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자꾸 혁이(가입자 이름입니다) 호출번호로 인사말을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 지운단 말야.” 전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빠가 다시 전화로 물었습니다.
“아들의 비밀번호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_ 아? 예.. 명의변경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 넣어주셔도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그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안녕하세요. 저 혁인데요.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이런 말이 녹음돼 있더군요. 그리고 조심스레 그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아빠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네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네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네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네가 아빠 술 마시는 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 춥니? 혁아… …. 아빠 안 보고 싶어?…”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인데도 녹음돼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 거구요. … 일 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아르반(http://sum.freechal.com/soju30/1-1-127170)
■ 아파트 25층… 아찔한 지진경험
일요일인 오늘 미나리를 데쳐내고 새콤달콤하게 무쳐서는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집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식탁 위 전등갓은 출렁 출렁 그네를 타고, 싱크대 속 함지박에 하나 가득 담겨 있던 물은 철퍽 철퍽 넘치는 소리를 내고…. 우리 집은 고층아파트 제일 꼭대기 25층입니다.
순간, "엄마!! 우리집이 왜 이러는 거예요?"하던 중학 2학년 은빈이와 1학년 승완이가 거실로 달려가더니 바닥에 철퍼덕 엎드리면서 소리쳤습니다. “엄마! 빨리 이리 오세요! 전등이 머리위로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난 아직 죽고싶지 않아요. 더 살고 싶어요!"
뒤 베란다로 달려가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도로를 걷는 사람들이나 풍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전등갓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오면서 안방 침대도 흔들리더라고 소리를 칩니다. 그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이 잠잠해졌습니다.
미처 끝내지 못한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하던 중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묻습니다. "있잖아, 아까 우리집이 심하게 흔들렸을 때 말이야. 너희들이 살겠다고 거실바닥에 꼭 개구리처럼 철퍼덕 엎드린 모습을 생각하니까 자꾸 웃음이 나지 뭐니."
(경남) 창원의 대단위 아파트단지 내 최고층에 살면서 햇볕도 잘 들어오고, 전망도 좋고, 위층의 소음도 없어서 좋다고 주변에 자랑 하면서 나름대로 무척 만족을 하고 살아왔는데 지진소동을 겪고 나니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강도가 더 강한 지진이 예고도 없이 닥쳐온다면, 그래서 행여 와르르 무너져 버리기라도 한다면….
오늘처럼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지진이나, 또 지난번 남아시아를 덮쳤던 쓰나미 같은 거대한 해일 앞에서 정말 우리 인간들은 아주 작은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일요일 오전이었습니다.
http://blog.daum.net/hmr3341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