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도로는 25일로 예정된 명품관 개관을 앞두고 보도 블록을 대리석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21일 오전만 해도 자리를 떠 날 수 없다는 노점상들의 천막과 버려진 좌판으로 어지럽던 곳이다. 관할 구청의 일제 단속 방침에 부담을 느낀 노점상들이 자진해서 천막을 철거했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명품관 개장일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던 노점상들이 단속 엄포 한 마디에 쉽게 삶의 터전을 걷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상은 이렇다. 롯데는 그동안 용역업체를 동원해 노점을 강제 철거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손실에 대한 보상금으로 노점상들에게 5,000만원을 우선 지급키로 했다. 또 명품관 개장 이후 노점상들이 계속 장사를 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도 협의하기로 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각종 소송을 취하하고 일대 일로 협상한다는 조건으로 노점상들이 28일까지 잠시 철수키로 한 것이다. 결국 노점상을 1주일 철수시키는 데 5,000만원이 들었다.
명품관 개관 비용이라고는 해도 꽤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는 무원칙한 대응이 빚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롯데는 처음에는 ‘법대로’를 외치며 일절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노점상의 반발이 심해지자 용역업체를 동원해 철거를 강행하면서도 법대로임을 강조했다.
그러다 노점상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태도를 바꿔 협상에 나섰다. 결국 원칙 없는 우왕좌왕식 대응으로 체면도 구기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에 가래까지 동원한’ 격이 됐다. 롯데가 비싼 비용을 치르고 얻은 교훈은 원칙 있는 대응의 소중함이다.
신재연 산업부기자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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