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제는 숨통이 트일 수 있을까. 정부와 정치권이 신용불량자 문제 등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신용 대란’ 우려도 조금씩 걷혀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심성 지원은 신불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사회 구성원간 형평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때 400만명에 육박하던 신용불량자는 전방위적인 구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나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불자 수는 지난해 4월(383만명)을 정점으로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말에는 362만명으로 감소했다. 한쪽에서는 배드뱅크(한마음금융)를 통해, 다른 한쪽에서는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위원회)을 통해 구제가 이뤄진 덕이었다. 지난해 5월 출범해 6개월간 운영된 배드뱅크를 통해서는 18만여명이, 2002년 10월 출범한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2월말까지 32만5,000여명이 신불자 딱지를 떼는 등 60만명 이상이 구제를 받았다.
정부는 이달 말 생계형 신불자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을 예정. 이전 대책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까지 구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달 28일 신불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신불자라는 용어도 사라진다. 특히 ‘3개월 이상 30만원 이상’ 연체를 할 경우 일괄적으로 신불자로 등재돼 금융 거래 등에서 각종 제약을 받는 관행이 없어지는 대신 금융기관 개별적으로 개인 신용을 관리하게 된다.
관건은 도덕적 해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 구제는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특히 진행 과정에서 성실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불자’라는 멍에에서 벗어나더라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다면 언제든 다시 나락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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