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봄날’은 종영했지만, TV의 봄은 이제부터다. 지상파 3사는 새 드라마 편성을 비롯한 봄맞이 채비를 마쳤다. 이 계절 TV에 관한 수다를 즐겁게 해 줄 사람들을 꼽아보았다.
에릭= MBC ‘신입사원’은 에릭과 한가인,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이선미 작가 등 근래 들어 가장 ‘샤프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그 동안 시청률이 바닥을 치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갔던 MBC로서는 정말 사활을 걸어야 할 판. 지난해 승승장구했던 에릭은 ‘신입사원’까지 성공시킬 경우 연기자로서도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물론, 당분간 ‘뭘 해도 되는 남자’가 될 수 있을 듯.
정연주 KBS 사장= KBS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진 소식 늑장보도로 질타를 받았으며, 정 사장은 한나라당 전재희, 박세일 의원의 패러디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시사투나잇’의 ‘헤딩라인뉴스’ 폐지 방침을 밝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KBS는 여전히 시청률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고, 감성과학 다큐멘터리 ‘사랑’, 영화관과 동시에 영화를 개봉하는 ‘KBS 프리미어’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판단은 각자의 몫.
인정옥-박성수= 해도해도 안될 때는 파격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주말연속극 시간에 6개의 연작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MBC ‘떨리는 가슴’은 봄 드라마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시도다. 특히 ‘네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박성수 PD가 다시 손잡은 에피소드는 벌써부터 화제집중. 시청률은 20%를 넘기기 힘들겠지만 ‘네멋폐인’들은 이미 경배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박수홍= SBS ‘최강남녀’를 진행 중. 퀴즈쇼에 리얼리티쇼를 결합한 ‘최강남녀’는 출연자들에게 ‘본능에 충실할’ 것을 유혹하는 박수홍의 얄미운 진행으로 꽤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퀴즈쇼의 불모지였던 SBS나, 새로운 분야의 단독 MC를 맡은 박수홍이나 퀴즈쇼 출연자들보다 더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희진=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주인공은 흡혈귀들이지만, 그들 위에 군림하는 이는 바로 섹시한 집주인 박희진이다. 시트콤 사상 가장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캐릭터. 그의 연기를 보는 것은 요즘 TV에서 가장 손쉽게 웃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순신= KBS ‘불멸의 이순신’의 주인공은 이제 이순신을 연기하는 탤런트 김명민이 아니라 이순신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애초에 ‘인간 이순신’에 집중하며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심이 쏠렸던 이 드라마는 독도와 관련한 일본의 망발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이순신이 왜군을 언제 ‘쓸어’버리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확실히 쓸어주길.
컬투= SBS ‘웃찾사’의 ‘미친소’ 출연진도 컬투지만, 개그맨들이 소속된 기획사 역시 컬투다. ‘웃찾사’와 KBS ‘개그콘서트’에 이어 MBC가 신설한 ‘웃으면 복이 와요’도 무한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은 방송사간 경쟁뿐만 아니라 컬투, 스마일 매니아, 갈갈이 패밀리 등 코미디 기획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봄은 이들에게 사느냐 죽느냐의 시간이 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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