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의 불공정행위(시세 조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런던 본사를 방문, 현지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외면한다면 M&A(인수합병)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후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자 이틀만에 보유주식(777만주, 5%)을 모두 처분,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겨 물의를 빚었다.
금감원은 "2003년 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의 편법을 홍콩에서 조사한 적이 있지만 순수 외국계 자본에 대한 현지 조사는 처음"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 투기자본의 꽃놀이패 식의 놀이터가 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영국 금융감독당국(FSA)의 양해를 얻어 실시된 이번 조사의 결과 및 추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조사 자체의 함축성도 크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선 외국계 자본의 석연찮은 행태를 규제하고 조사하는 것이 절차 및 제도적으로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조사를 관철한 금감원을 평가한다. 나아가 이번 조치가 ‘자본의 국적이 어디든, 차별도 특혜도 없는 엄정한 시장규율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때마침 대한상공회의소는 "사모펀드 등 외국계 펀드가 1970~80년대 미국에서 성행한 ‘약탈적 주주행동주의’ 수법을 동원해 국내에서 이익을 챙겨 갈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들이 최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주요 회사가 53개이고 단일 외국인 지분율이 5%를 넘는 회사도 150개에 달해 외국계 투기펀드가 경영권을 빌미로 대주주를 위협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그린메일’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해당기업들이 먼저 경각심을 가져야겠지만 감독당국도 보편적 사례를 잘 살펴 자본시장의 역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살리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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