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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감자거름 져나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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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감자거름 져나르기

입력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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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마다 마을 봉놋방에 장정들이 모여든다. 밤이 이슥하도록 놀며 새끼도 꼬고, 잡담도 하고, 묵 내기 화투도 친다. 그러다 어느날부턴가 봉놋방이 빈다. 일꾼들의 어깨에 밀삐(지게끈)가 걸리기 시작하면 피곤해서 밤늦도록 놀 수가 없는 것이다.

그 해 일꾼들의 첫 밀삐거리는 논에 져 나르는 거름이다. 그게 끝나면 곧바로 감자밭에 거름을 져 날라야 한다. 감자농사는 순전히 등짐농사여서 감자 열 소쿠리 캐는 밭에 져 날라야 하는 거름은 그것의 서너 배가 넘는다.

고등학교 때 형들은 대처에 공부를 하러 나가고, 아버지 혼자 산 너머 밭에 감자거름을 져 나르는 게 내 눈에 죄송스러워 며칠 결석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감자거름을 져 나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식이 학교에 안가고 그러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말리는데, 정작 농사짓기 전까지 학교에 있었던 아버지는 "그래, 이것도 큰 공부다" 하면서 되게 좋아하셨다.

바로 지금이 감자거름을 내는 철이다. 들길로 산책을 나갔다가도 어디선가 한가닥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그 바람 속에 거름냄새부터 맡는다. 다른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려도 나는 여전히 그 냄새가 참 좋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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