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한국 학계에 ‘내재적 접근’이라는 북한 연구방법론이 풍미한 적이 있다.
유럽 학계의 사회주의국가 연구방법론에서 유래한 이 접근법은 북한 내부로 시점을 옮겨 북한의 논리로 보아야 북한의 작동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을 두둔하기만 할 뿐 비판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쳐 뒤에 ‘내재적·비판적 접근’으로 보완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북한 연구와 이해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화려한 학문용어들이 동원됐지만 이 접근법은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을 배제하라는 학문의 기본자세나 같은 얘기였다. "싸움이 났을 때는 상대방과 입장을 한번 바꿔놓고도 생각해보라"는 평범한 생활의 진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북한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을 한 마당에도 한국이 사회공황적 소동 없이 침착을 잃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참 시끄러운 한일 관계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16일 시마네(島根)현의회가 독도 조례안을 가결할 때 방청석에서 만세를 불렀던 극우단체들은 일본 법무성 산하 공안조사청이 매해 동향 보고서를 공개하는 감시대상이다. 조총련과 극좌그룹도 감시대상에 올라있다.
다음달 5일 검정통과 때 또 한국의 신경을 건드릴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는 학교 현장 채택률이 0.1% 미만이다. 일본이 한 덩어리가 돼 군국주의 부활로 달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이 "제2의 식민지 침탈"을 꿈꾼다면 한국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2의 대동아공영권"에 협력하고 있는 셈인가. 일본의 개헌과 국제 군사활동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은 진주만을 망각하고 또 일본에 속아넘어가고 있다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금방 답하지 못하면서 "일본이 우경화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 눈이 미리 왼쪽으로 돌아가 있지는 않은가 한번쯤 살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재적 접근’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북한 뿐이 아니라 일본에도 그것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보다도 한반도의 운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휠씬 복잡한 국내 사정을 끌어안고 있는 데다 세계전략 차원에서 사고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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