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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독도 감정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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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독도 감정 다스리기

입력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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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일제를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의 반일 감정을 건드리는 일본측의 망언과 망동은 당연히 뉴스거리다.

일본의 망언이나 독도 분쟁만큼 딱 떨어지는 뉴스도 드물다. 거기에는 일본과의 골 깊은 갈등의 역사가 있고 양국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외교력과 국력의 힘겨루기가 있고, 조금만 건드려도 분노하기 쉬운 이쪽과저쪽의 국민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뉴스의 폭발력이 있다. 사태가 진행되는 편리한 도식 같은 것도 있다.

대체로 일본측의 돌출 발언이나 돌출 행동이 나오고 우리쪽의 대응과 국민적 분노, 시위가 뒤따르고, 그런 다음 저쪽이 어떻게 나오나 반응을 살피는 식이다. 언론은 사태의 진전을 있는대로 보도만 하여도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큰 기사가 된다.

독도를 둘러싼 새로운 분쟁이 발생한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언론은 사건을 보도하고, 국민은 분노하고,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고, 일본 정부는 적당히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가 해오던 그런 관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선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생겨났다. 언론 보도는 역사적인 기록이나 현재 점유 사실 등을 고려할 때 독도가 분명히 우리 땅이라고 한다. 양식 있는 일본 학자들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분노하고 시위하고 일장기를 태우는가. 불현듯 분노의 대상이 분명하지가 않다. 분노의 대상이 지금까지 우호와 교류를 얘기했던 일본, 일본인 전체로 비화해 있어 당혹스럽다.

분노의 결과에도 의문이 든다. 분노에 계산이나 노림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분노를 통해 국민적 감정의 단합을 도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더 따져보면, 분노하고 시위하고 대 일본 성명을 발표한다고 해서 당장에 독도가 국제법상 확고히 한국 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고 또다시 일본 극우세력이 도발하면 우리는 분노하고 시위할 것이다.

분노의 화살이 안으로 날아들어 엉뚱하게 국수주의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영화 촬영장에서 일본 팬들을 만나는 배용준씨에게 독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강요하고, 얼버무린다고 서운해 한다. 갑자기 독도 문제외에는 한류도, 문화도, 외교도 실종돼 버렸다.

독도문제 처리방식이 이처럼 현실 파악이 잘 안되고 분노의 방향이 빗나가고 결국의 소모적으로 끝날 공산이 큰 데에는 일정부분 언론의 보도 방식에 책임이 있다. 언론은 있는대로 보도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있는대로 보도만 하면 그만이라는 형식적인 객관주의는 종종 사실을 왜곡하고 편파적인 보도를 만들어 내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언론은 독도 문제를 사회면 사건 기사 다루듯이 했다. 일본의 일부 극우 인사가 돌출적인 발언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시마네현이 독도의 날을 제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기사들은 언뜻 객관 보도 요건을 만족시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독도 문제가 사건이 아니라 외교이고 문화이고 이데올로기이며 정책이라는 것이다.

독도 문제를 처리하는 데는 일본 내 극우 세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파 세력의 구도나 움직임을 파악하고 각 세력의 전략도 점검해야 한다. 돌출적 사건과 국민적 감정에 치중한 언론은 독도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전체적인 그림과 이성적 전략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패했다. 언론은 사건 보도를 넘어서 이슈를 관리하는 법을 학습할 때가 되었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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