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6월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를 놓고 격돌한 이후 잠잠하던 양측의 신경전이 검찰총장 교체가 임박한 시점에 다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계기는 열린우리당 울산시 당위원장 출신인 송철호 변호사의 법무차관 영입설. 청와대는 "검사장급 인사는 다음달에나 있을 것이며, 송 변호사는 복수 후보 중의 1명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법무차관에 외부인사가 임명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후보 거론 자체로 검찰에 미친 충격파는 컸다. 고검장급 검사가 가는 차관 자리에 사시 24회의 검찰 실무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앉히겠다는 구상은 실현 여부를 떠나 검찰 내에서 ‘검찰 통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사시 24회는 현재 검찰에서 지청장이나 고검 검사 등 검사장 아래의 중간 간부급. 검사들은 "강금실 전 장관이 떠난 후에도 검찰 개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또다시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지방 A지검장의 비위 혐의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위한 ‘여론 얻기’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리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검찰 견제로 이해될 수 있는 각종 현안의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9일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공수처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하고, 16일 경찰대 졸업식에서는 경찰수사권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검사는 이를 두고 "(검찰이) 1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얻어맞은 것"이라고 빗댔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21일 퇴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설립에 대해 전보다 강하게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이 같은 청와대의 기류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는 조사처라고 하더니 어느새 수사처로 바뀌었다. 수사가 그렇게도 하고 싶은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막바지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경 수사권조정위원회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검·경의 ‘합의’가 아닌 외부 입김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 갈등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송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가 이 달 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현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어떻게 조율을 해나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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